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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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8)

일국의 국왕이 야밤에 미복(微服)으로 여승방을 침입하여 그런 부도(不道)한 짓을 하였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종자(從者)들이 모두 환관 같았으니 참으로 진위(眞僞)를 분별하기 어려운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정토왕생의 선업을 닦는 신성한 여승방에서 그런 추악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정업원 여승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큰 치욕이었다. 그래서 난행을 당한 사람 안 당한 사람 가릴 것 없이 모두 입을 닫고 쉬쉬하였다.

왕은 미행(微行)으로 감쪽같이 모험을 하기는 했으나 소문이 날까 불안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금욕 수도하는 여승들을 마음대로 농락한 것이 그의 병적인 호색취미를 더욱 북돋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왕은 조정에 출입하는 시종신(侍從臣)들이 이미 정업원의 소문을 듣고도 아무 말 없는가 하고 의심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금에게는 금단(禁斷)으로 되어 있는 궁 밖의 여인들, 이를테면 여승과 기생, 그리고 여염의 여인들에 대한 갈망은 자꾸만 병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은 궁중에 들어온 풍원위 임숭재를 맞아 주안상을 앞에 놓고 가인례(家人禮)로 흉허물 없이 은밀한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여보게, 매부! 혹시 항간에 요즘 이상한 소문이 떠돌지 않는가?"

왕은 사석에서는 임숭재를 꼭 가인례(家人禮)로 대하여 친밀함과 신뢰도를 높여 줌으로써 임숭재로 하여금 견마지충을 다하게 하는 것이었다.

"항간에 이상한 소문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온지…?"

"실은 말이야."

왕은 입으로 가져가던 술잔을 내려놓고 임숭재에게로 몸을 기울이면서 귓속말을 건넸다.

"어느 날 밤이든가, 내가 야음을 틈타서 내시 몇 명을 거느리고 정업원에 미행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켕기는군."

왕은 그렇게 허두를 떼고는 그날 밤의 일을 대충 이야기하였다.

"전하, 신은 전하의 기상천외한 엽색(獵色) 놀음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옵니다."

두 사람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전하 그런 일이라면 조금도 심려 마시오소서. 만일에 불미스런 소문이 돈다 할 때는 변장한 임금과 환관인 양 꾸미고 어명을 빙자하여 비구니들을 욕보인 불한당을 잡으라고 어명을 내리시면 되는 노릇이옵니다."

왕은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다.

"옳거니! 매부가 나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이야. 그렇게 하면 될 것을, 내가 공연히 속으로 걱정을 하였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맞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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