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탤런트 장자연(27)이 지난주 자살함으로써 최진실에 이어 계속되는 연예인의 자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어쨌든 30%의 시청률을 기록한 '꽃보다 남자' 드라마 덕에 '꽃'과 비교하는 말들이 우리 사회에 유행이 되기도 했다. '꽃(아름다움)보다 돈' '꽃(여자)보다 직장'… 등등.

이처럼 꽃을 아름다움, 꿈, 여성같은 뜻으로 이미지가 되어 있지만 때로는 전쟁, 돈, 부(富)의 이미지도 강하게 등장한다.

1455년부터 30년간이나 치열하게 치러진 영국의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이 그것이다.

왕위계승을 싸고 벌어진 이 전쟁에서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상징으로 내세웠고 요크 가문은 '흰장미'를 내세웠다. 결국 30년 피를 흘린 내전에서 '붉은 장미'가 승리하여 헨리 7세가 등극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튤립이라는 꽃이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했다.

국토의 25%가 바다보다 낮아 풍차를 돌려 물의 역류를 막아야 했던 척박한 땅에 그들은 일찍이 화훼농업에 눈을 떴다. 그래서 1630년대 튤립이 수입되었는데 농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꽃을 개량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 수많은 종류의 튤립을 재배하는데 저녁에 수집한 튤립이 이튿날 새벽에는 뉴욕, 런던, 파리, 로마 등 전 세계 주요도시 꽃시장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만큼 꽃의 유통도 발달했다.

4월이면 네덜란드는 튤립축제를 벌이는데 그 규모도 대단하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가도 끝이 없는 튤립꽃밭이 카펫트를 깔아 놓은 것 같고, 군데군데 흐르는 물에 백조가 놀고 풍차가 도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이런 힘으로 네덜란드는 한때 자기나라의 국토 100배가 넘는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었다.

물론 네덜란드는 화훼농업뿐 아니라 낙농업도 발달하여 치즈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공업이 발달한 것은 그 후다. 어쨌든 네덜란드가 이처럼 경제적으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꽃의 힘이 크다. 특히 꽃을 부의 원천으로 발전시킨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고 우리나라로서는 본받을 만하다.

때마침 이번 이명박 대통령이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하면서 농업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을 수행한 농수산부 장관에게 양복을 벗어 던지고 농업개혁을 위해 뛰라고 주문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장관이 양복대신 점퍼를 갈아입었다고 농업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꽃을 달러로 만든 네덜란드 농업의 정신, 세계 주요도시를 신속하게 휩쓴 유통시스템의 비결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그래서 먼저 기름유출 피해를 딛고 4월 24일부터 꽃 박람회를 개최할 안면도에 와봐야 한다. 기름범벅이가 된 바다와 백사장… 어떻게 지켜낸 우리 서해안인가! 그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의 간절한 소망과 땀으로 다시 태어난 서해안, 안면도 꽃박람회에서 대통령도 장관도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희망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꽃으로 부국을 이룬 네덜란드를 충남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경기로 하여 올해의 안면도 꽃박람회 입장권예매가 2002년 때보다 저조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말 그래서는 안된다. 안면도 꽃박람회 입장권 구입에 동참하는 것도 제2의 서해안 살리기 자원봉사이며 우리 농업의 활로는 여는 것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4월의 봄 냄새를 맡으며 안면도에 가서 바다를 보자. 꽃을 보자. 꿈을 갖자.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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