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경제적 동물'로 일컬어지는 일본은 나무를 심는 데도 경제성이 높은 목재감 수종으로 '기획조림'이라는 것을 했다.

성공적인 조림정책으로 우리도 견학을 하고 일부는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일본 산림 전문가들이 우리 나라 산림정책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조림은 주로 상록수를 심었는데 이것들이 겨울에 눈의 하중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일이 많고, 산사태가 자주 난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규슈지방의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 1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그런데 우리의 산은 비교적 건강하다.

왜 그럴까? 일본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그들이 우리 산을 보고 깨달은 것은 여러 나무의 역할이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굴참나무, 싸리나무 등등 여러 종류의 나무와 함께 자란다. 이것들의 뿌리가 서로 얽힘으로써 서 있는 힘이 되고 잘 넘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반 역시 튼튼하여 산사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생(共生), 상생(相生)의 철학이 여기에 있다.

요즘 '참여정부' 출범 후 '상생의 정치'를 자주 이야기하지만 돌아가는 걸 보면 '공생'이 아닌 '공사(共死)'의 정치이고 '상생'이 아닌 '상쇄(相殺)'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되는 음모론은 누가 누구를 겨냥하는 화살인지는 몰라도 결국은 모두를 죽이고 말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나라마저 망치는 것임을 조선 말기 그 심각했던 음모와 당파 싸움에서 우리는 잘 보아 왔다.

특히 국가 운영에 특정 세력, 특정 세대가 독점적 주역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태롭다. 가령 386세대나 475세대가 매우 중요하지만 세대 혁명을 부르짖으며 이분법적으로 구세대를 폄하하는 것도 위험하다.

과거 TK(대구·경북)에 이어 전두환 정권하에서 '군화 부대'라는 말이 있었고, 김영상 대통령 때는 '민주산악회' 사람을 중용했다 하여 '등산화 부대'라는 말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MK(목포·광주)가 석권했는데 그 부작용이 얼마나 컸던가.

호치민(胡志明)은 너무나 유명한 베트남의 혁명가요, 초대 대통령이다.

특히 그는 일생을 결혼도 않고 독신으로 청빈하게 살면서 국민적 존경심을 한몸에 받았다.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혈육으로 아들이 없는 대신 양아들을 많이 삼았다. 양자들은 그 이름에 '호(胡)'자를 붙였다. 이렇게 '호(胡)'자를 붙인, 혁명 정신에 충실한 베트남 젊은이들이 3만명에 가깝게 양자로 탄생했다.그런데 이들 양자들이 성장하면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여 정치와 군부 등 요직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차관급까지 오른 이들은 실세로 부상하여 계층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정말 세대교체는 생물체와 같은 역사의 흐름이다. 국가 경영의 주역도 끊임없이 교체돼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이분법적 강제성을 띠어서는 안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하며 모든 세대, 모든 세력이 함께 나가야 한다.

군 출신의 박정희 대통령이 비록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국가 현대화'라는 테이블에는 군인보다 경제 전문가, 교수, 심지어 자신이 일으킨 5·16의 표적이 되었던 구정치인까지 함께 참여시켰다.

이것이 그가 경제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교훈을 건강한 산에서 배워야 한다.

산은 여러 나무가 함께 자랄 때 아름답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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