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동지상고 출신이다. 그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나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상고 출신이다.

내리 연속 상고출신 대통령이 3명이나 나왔고 햇수로는 15년 장기집권인 셈이다.

대통령은 배출하지 못했어도 대통령비서실장을 2명이나 배출하고 정치인, 장군, 특히 대한민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CEO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 충남의 강경상고(현 강경종합정보고).

김정렴(박정희 대통령비서실장), 김우식(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연세대 총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김정성, 김관수, 윤은중 등 충청은행장, 한도희 신한은행 부행장을 비롯'금융의 별'로 불리는 은행의 이사급들이 숱하게 많다. 이처럼 강경상고가 이름을 날린 것은 그 지역이 번창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는 증거다.

강경시장은 대구시장, 개성시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상거래가 활발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금강의 강경포구 때문이었다. 그만큼 큰 배들이 드나들고 물류유통이 활발하였던것.

그러나 1990년 총길이 1841m의 금강하구둑이 건설되면서 강경의 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충남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는 군산과 장항 사이의 금강하구둑은 이 일대의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강 주변 홍수를 조절한다는 것이 건설 취지였다. 담수 공급량이 연간 3억 6000만톤.

그러나 하구둑으로 하여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하고 물류의 집산지로서 기능을 잃게 되자'새우젓'같은 젓갈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구둑이 생기면서 그 맛좋은'황복'도 사라졌다. 유명한 금강 장어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밖에 많은 어류도 같은 운명.

왜 그럴까? 산란기에 둑을 넘지 못해 고기들이 제때에 알을 낳지 못하는 것이다. 물고기들의 길이 있지만 오르내리기엔 너무 힘든 것.

따라서 금강을 살리자는 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과연 금강하구둑의 기능이 적합한가, 농업용수도 해결하고 생태계도 살리는 길은 없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류대국 백제가 공주에서 부여로 도읍을 옮긴 것은 국력이 쇠퇴해서가 아니라 큰 배의 뱃길을 찾아서라는 학설은 오늘날에도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금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쌓아 놓은 금강하구둑을 없애야 한다는 사실(史實)적 교훈이다.

강경을 살리고 서천을, 특히 장항을 살리는 길도 여기서 시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강경이 새우젓으로 일어날 수는 없다. 내륙 물류기지가 강경의 비전이 되어야 하고 장항은 중국과 동남아를 향한 물류기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금강의 평균 수심은 1m도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 얕은 강에다 무엇을 하겠는가. 생태학적으로 금강을 살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금강하구둑 때문에 강물과 바다의 흐름이 거의 차단되어 수질이 악화되고 파괴된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데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인 기수역(汽水域) 복원 같은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금강유역의 드넓은 평야의 농업용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금강 본류 아닌 지천으로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여기에 금강 살리기의 고민이 있다. 금강도 살리고 강경(江景)도 살리고 그러면서 넓은 평야도 살리는 길은 없을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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