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의 경제위기를 몰고 온 것은 남성 호르몬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감과 모험심을 북돋우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탐욕을 부리게 되는데, 여성의 10배나 많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가끔 화를 불러온다. 그래서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를 몰고 온 뉴욕 월가의 금융기관을 움직이는 남성들이 바로 이 '테스토스테론' 과다 분비로 '모기지' 등 숱한 파생상품을 쏟아냈다는 것. 이것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존 코츠 교수가 발표한 주장이다.

반대로 IMF를 맞은 아이슬란드는 국유화한 은행의 CEO를 여성에게 맡겨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상황을 냉철하게 정리해가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는 것.

박세리, 장정, 김미현 등 한국의 낭자들이 LPGA, US 오픈 등 프로골프를 휩쓸 때 도대체 어디에서 한국 여성에게 그런 에너지가 분출되는가 하는 질문이 많이 쏟아졌다.

정말 어디에서 그 에너지가 분출되는가.

몇해 전 한 방송국에서 '여인천하(女人天下)'라는 사극이 방영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조선 중종시대의 정난정을 다룬 것이다.

첩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문정왕후의 오빠인 윤원형의 첩으로 들어가 정실부인을 독살하고 그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는 문정왕후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기막힌 술수와 음모로 이를 타개하고 중신들의 등용과 퇴출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다 끝내 몰락의 길을 밟는다.

사실 조선왕조의 모든 권력투쟁에서 빼놓지 않고 여성이 등장한다. 그만큼 여성의 영향력이 컸다는 뜻이다. 그것이 정난정처럼 간악한 경우도 있었고 조선말기 명성왕후(민비)처럼 열강의 침략 속에 몸을 던진 비운의 여인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자 못지않은 권리를 행사 해 왔고 적어도 경제권은 그러했다. 예를 들어 요즘은 결혼 후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그래도 첫날밤을 여자 측에서 자는 풍습이 남아있다. 그것은 고려시대까지 처가의 재산을 물려받고 처가에 눌러 사는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사림(士林)들의 집요한 노력끝에 서경덕(徐敬德) 선생의 절충안으로 '반친영(半親迎)'이라 하여 혼례를 치르고 약간만 처가에서 살게한 것.

그러나 딸은 시집올 때 친정으로부터 일정 부분 재산을 받아오는데 그것은 남편 쪽에서 손을 댈 수 없었고 만약 딸을 낳아 시집을 보내게 되면 그 재산도 그렇게 이어지게 분배했다. 여성의 모계(母系)재산권이 존중된 것이다.

'안방마님'이니 '곶간 열쇠'니 하는 것도 그런 상징성이 강하다. '안방마님'의 '곶간 열쇠'는 경제권을 말하며 훗날 늙어 열쇠를 며느리에게 물려줌이야 말로 '정권교체'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요즘 들어 맞벌이 부부가 늘고 육아문제가 심각해지자 처가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시 모계중심(母系中心) 사회로 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처갓집과 화장실이 가까워야 좋다고 한다. 그런데다 사회적으로도 모계사회로의 이전을 착각할 정도로 여성진출이 눈부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이소연 양이 역사적 인물이 되었고, 사관학교 졸업식과 경찰대학에서 여성이 대통령상을 받는 등 여풍(女風)이 거세게 분다. 사법시험, 공무원 시험 등등 '시험'이란 이름만 붙으면 여성이 압도하고 이미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비는 깨졌다.

정말 여성 호르몬이 왕성해지고 우리사회가 모계사회로 가는 걸까. 어쨌든 이 심각한 경제난에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아닌 여성의 특별한 에너지를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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