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 고문

요즘 무척 미국이 부러워졌다.

첫 번째는 감정과 편견을 극복하고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적 수준이다.

두 번째는 그 오바마가 네편 내편 '편가르기'로 정권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였던 힐러리를 비롯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낸 서머스 등, 전문성에서 A급만 골라 정부를 구성하는 '통 큰' 포용의 정치를 보여준 것.

세 번째는 장관에 내정되었을 뿐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경제위기를 타결하기 위해 뛰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을 부러워하는 세 가지가 너무나 절실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 모두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거가 흑인은 고사하고 지역감정을 초월하여 대통령을 뽑을 만큼 성숙했는가?

역대 정권이 정파와 계파를 초월하여 A급 전문가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통 큰 모습을 보였던가?

정부 요직에 임명된 사람들이 발표가 있자마자 나라를 위한 애국심으로 발벗고 뛰는 모습을 보였던가?

그런데 지난주 네 번째로 미국을 부럽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의 '빅3'는 세계가 인정하는 미국의 자존심. 하지만 기름이 덜 먹히고 견고하면서도 기동성 있는 일본차, 한국차를 선호하는 바람에 소위 '빅3'의 자동차 회사들은 날이 갈수록 적자만 쌓여갔다.

그래도 이들 '빅3'는 품질경쟁에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아까운 세월만을 보냈다.

거기에다 자동차 노조(UAW)는 1970년에 67일, 1998년에 54일이라는 기록적인 파업을 했고, 실직을 해도 일정기간 95%의 임금을 지급하는데(1년 6조 7900억 원), 심지어 직원과 퇴직자에게 비아그라까지 지급한다. 그 비아그라 값만 1년에 220억 원.

마침내 '빅3'는 미의회와 정부에 살려달라고 S.O.S를 보냈다. 이들 자동차 회사가 문을 닫으면 5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심지어 문을 닫는 게 미국의 경제, 특히 자동차산업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의회 청문회에 나타난 이들 '빅3'의 회장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워싱톤에 온 것에 대해 질책이 쏟아졌다.

그러자 지난주에 있었던 의회 청문회 때는 자가용 비행기를 버리고 자동차로 800㎞를 달려오는 겸손함을 보였고,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했다. 노조도 자신들의 특권을 대폭 포기하겠다고 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들 회장들이 의회청문에서 "내가 잘못했습니다"고 읍소한 것이다. 이 모든 사태가 자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책임을 뒤집어 쓰겠다는 것. 수준높은 국민의 비판이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그러자 여론도 돌아서 150억 불을 지원받을 것 같다. 당초 요구한 것에는 절반밖에 안되지만 이것으로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

내가 미국을 부러워한 마지막 이유는 바로 책임을 자신에 짊어지며 "내가 잘못했습니다"하고 솔직히 고백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빅3'의 최고 경영자들은 물러나야 할 판. 우리는 어떤가?

경제위기로 1분 1초가 아까운데 국회가 지겨운 정쟁만 하면서도 여·야 모두가 서로 탓할 뿐 '내가 잘못했다'는 소리가 없고 경제위기 역시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며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다.

교육도, 농협도, 은행도, 기업도…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 몇 해 전 한국 가톨릭이 벌였던 운동 '내 탓이오'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가슴을 치 며'내 탓이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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