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의 롱베이는 LA의 코리아타운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임비담비 설렁탕', '서울치과' 같은 한글 간판을 많이 보게 된다.

이곳에만 약 2만 명의 우리 교포가 거주하고 있다니 모든 상점, 병원, 심지어 부동산 중개소까지 있을 수 밖에.

그런데 이 거리를 지나다 보면 희한한 것을 보게 된다.

'진료비 50%만 받습니다'하는 플래카드가 병원 입구에 크게 걸려 있는 것이다. 일반 상점에서 '반값 할인', '30% 세일' 등의 플래카드는 많이 보지만 세상에 병원 진료비를 50% 깎아주겠다니… 그러나 이것이 지금 상하이의 현실이다.

장사가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병원에까지 영향을 주고 마침내 '진료비 50% 할인' 플래카드가 나붙은 것이다.

장사가 안되는 것은 코리아타운만이 아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상업도시 상해, 저장(浙江) 등이 찬바람을 타고 있다.

상하이의 그 유명한 짝퉁시장도 마찬가지. 세계 명품 브랜드가 단 돈 몇 만 원에 팔려 나가는 짝퉁의 천국에는 언제나 그것을 사려는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지금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아예 점포 구석에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또 흔히 보이는 것은 점포 입구에 써 붙여 놓은 '招租(소저)'라는 붉은 글씨. '세 놓습니다'라는 뜻의 중국말 '자오쭈'다. 장사가 안되니 세를 놓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상해의 최고급 아파트는 평당 우리 돈으로 3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시세에 거래된다.

그러나 변두리의 서민 밀집지역은 아직도 비참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위 '쪽방'보다도 더 열악하여 부엌도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방 한칸에 월세 10만~20만 원, 그나마 방 하나에 몇 명이 돈을 모아 산다. 겨울에는 저녁에 집으로 올 때 더운 물 파는 곳에서 한 병 사다가 그것으로 세수도 하고 간단한 식사도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활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고 그 결과 실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채를 못 갚아 살인이 빚어지는 등 사회불안도 커지고 있다.

우리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지만 세계 최대의 장난감 공장인 '허쥔(合俊)'이 최근 문을 닫아 7000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나앉게 되었고, 상하이와 함께 이름높은 상업도시 원저우(溫州), 이우(義烏)에서도 30만 개 소형 제조업체 가운데 올 들어 4만 개(13%)가 문을 닫아 중국경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미 2004년 부산을 제치고 세계 4위의 항구로 발돋움한 상하이의 물동량이 매년 20% 이상 증가하다가 올 상반기(전년대비) 5.3% 마이너스로 나타나 중국 전체에 충격을 주었고, 3·4분기 경제성장률도 초고속 성장에서 한 자리 수 9%대로 내려앉았다.

왜 그럴까 ? 역시 미국발 경제침체다. 초고속으로 달리던 중국도 미국의 감기 앞에는 기침을 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중국의 멜라민 파동, 각종 식품오염 파동 등으로 세계 소비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그 침체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독감을 앓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수출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695억 불로 미국의 두 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기를 앓는 미국과 중국, 두 거인의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 대한민국.

상하이 시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88층 '금무대하' 스카이 라운지에서 한국에 끼칠 그 경제적 운명이 이리도 심각한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착찹하기만 했다.

<상하이에서·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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