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홍콩은 난폭한 해적의 소굴이었다.

이와 같은 홍콩의 운명이 결정적으로 바뀐것은 1840년부터 3년간에 걸쳐 벌어진 영국과 청나라 사이의 '아편전쟁'.

영국은 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자 소위 '남경조약(南京條約)을 체결, 홍콩을 할양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홍콩은 무역항구로서 새로운 운명을 열어갔다.

매년 1만 1000척의 배가 홍콩을 드나들었으며 10년 후에는 일약 2만 척에 달했다. 국제적인 무역항과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이 활발해진 것이다.

1997년 7월 1일. 역사적인 영국으로부터의 주권반환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뉴욕, 런던, 도쿄에 이어 5번째의 금융중심지가 되었고, 세계 최대의 수출기지가 되고 있다. 요즘처럼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언제든지 홍콩은 아시아의 시장지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경제권으로서의 지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지금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령 홍콩'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로 이름이 바뀌면서 '이제 무역과 금융만으로 번영을 누릴수 없다'는 공감대를 일으키면서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총력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에서는 달러가 많다. 그러나 홍콩에는 문화가 없다'는 세계인들의 빈정거림에서 분연히 일어선 것.

즉, 금융과 물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문화 소프트웨어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홍콩의 미래가 달렸다는 자각이다.

그 첫번째로 홍콩 정부와 입법의회가 하나가 되어 주룽(九龍)반도 서부지역 바다 매립지 73만㎡에 초일류 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우리 돈으로 2조 3000여억 원(홍콩 달러 192억)이 2015년까지 투입되어 15개의 대형 공연장, 시민들로 하여금 부담없이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 7개의 소형 연극공연장 등이 이 문화단지에 들어설 계획이다.

그 후에 벌어질 2차 문화사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그렇게 되면 홍콩은 돈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까지 갖추어져 뉴욕, 런던, 파리와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야심이다.

1단계 사업이 끝나는 것만으로 GRP(지역총생산)에도 26억 600만 홍콩달러의 효과를 얻게 되는데' 문화가 돈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주 이완구(李完九) 충남도지사, 김무환 부여군수가 좌상봉 호텔롯데 사장과 부여의 백제역사재현단지에 3100억 원을 투입, 역사테마파크를 만드는 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50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백제 테마아울렛, 18홀 규모의 골프장 등을 조성하게 되어 경주의 보문단지가 부럽지 않은 명실공히 금강을 모태로 한 관광단지가 탄생하게 되었다.

'달러는 있으나 문화가 없다'는 홍콩처럼 '문화는 있으나 달러가 없다'는 금강 일원에 '문화도 있고 달러도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경사인가.

롯데의 투자유치 MOU 체결 후 이지사가 '백제의 부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주지역에도 민자 유치를 강조한 것은 '경제'와 '문화'의 양립을 금강을 무대로 펼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제54회 백제문화제의 부제를 '교류왕국-700년 대백제'로 정한 것도 결국 백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노렸던 것이 아닐까? 정말 머지 않아 홍콩 못지않게 '백제'의 테마가 살아 약동하는 '금강의 번영'을 보고 싶다.

우리의 젖줄 금강 800리는 이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야 한다. '백제(百濟)'라는 문화의 씨앗을 잉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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