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여파 달러·자금 확보 비상

모터사이클 가죽 슈트를 수출하는 지역의 A업체는 최근의 환율 폭등으로 자금회전에 비상이 걸렸다. 가죽의 원료를 중국 공장으로 수입, 결제대금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데 환율 급등으로 앉아서 수억 원의 환차손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사장은 "지난해 키코(KIKO)에 가입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1400원대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은 지방 중소기업들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환율 폭등과 금융불안이 대전·충청권 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원자재 결제대금으로 지급하는 달러화가 크게 오른 반면 공급은 줄면서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금융불안에 따른 신용경색은 시중은행들의 여신 관리 강화로 이어져 기업들의 자금난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키코(KIKO) 및 환변동 보험 가입에 따른 환수금 사태로 대전·충청권 중소 수출업체들마저 흑자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티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앞다퉈 판매한 키코 피해는 이미 통제 불능상태로 치닫고 있으며, 한국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천억 원의 환수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과 충남지역의 경우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에 가입한 65개 업체들이 지난 8월까지 모두 175억 원의 환수금으로 피해를 입은 반면 보험금 지급액은 25개 업체, 4억 8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대출 제한 움직임과 높은 금리는 지역기업들의 자금사정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충청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으로 아파트형 공장을 시행·분양하고 있는 B업체의 경우 연 12% 이상의 고금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만기 시 주거래 은행의 대출 연장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또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의 화학, 제지업계는 원자재 구입을 위한 달러 확보를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역의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연초부터 시작된 유가급등으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최근의 고환율은 원자재 구입비용을 크게 늘리면서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부터 제지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대규모 구조조정 태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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