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종교계 첫 움직임 … 정의평화위원회 발족
오늘 성명서 발표·미사 … 대전역까지 침묵시위

천주교 대전교구가 지역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거리에 나선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교회의 사회적인 가르침의 관점에서 예언자적인 사명을 실현'하고, 신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천주교 최고기구인 대전교구의 이 같은 방침은 지역 천주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전교구는 이를 위해 지난 5일자로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발족한 뒤 김종기 신부를 위원장으로 임명, '제도적 틀'까지 마련했다. 9일 오후 5시에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대전 대흥동 성당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미사를 봉헌하며, 미사 후에는 대전역까지 침묵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자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ㅤ▲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전면 재검토 ㅤ▲한반도 대운하 사업 완전백지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됨으로써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국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일어났다"며 "우리 정부는 30개월 이상 소는 수출을 자제해 달라고 미국기업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이미 합의된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과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한 점, 혀와 곱창 같이 광우병 위험이 매우 높은 부위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을 보면 국민의 생명을 등한시하는 자세에서 여전히 변화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이 일상화 되어 가는 현실에서 정부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경제성마저 의심되는 무리한 대운하 사업을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실에서 추진하려 한다"며 "우리나라는 강수가 특정계절에 집중되며 하천은 유량 변동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륙수운 이용에 접합하지 않다. 실제 한반도 대운하와 유사한 미국의 플로리다 운하는 공사 직후 홍수로 2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당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검역주권을 포기 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더 이상 없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반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완전히 백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대전교구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매주 수요일 미사 때마다 창조질서 보전과 인간과 자연의 생명권 수호를 위한 기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inmunm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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