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영 서부본부 취재부국장

국가나 지역사회 등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위험한 발상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엘리트 계층이나 정치인들의 가슴속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린 듯하다.

이 같은 생각이 잘못됐음은 많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지휘관 한 사람의 판단착오가 전쟁터에서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며, 지도자의 시행착오가 국가와 민초를 궁핍과 재난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이 일은 꼭 자신이 최고이고 적임자라 생각하면 그 만큼 일의 능률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도 일정한 적응기간과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진일보할 수도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자유당 정권의 뒷모습은 4·19혁명으로 표출됐으며, 박정희 군사독재는 총탄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또 3김의 독주는 자식들의 구속과 초유의 IMF사태, 공적자금 낭비와 경제불황이라는 씻지 못할 비극을 낳았다.

나아가고 물러나는 시기를 적절히 간파해 처신했다면 그들의 말로가 좀더 깨끗하고 존경받았을 것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풀뿌리 민주주의가 차츰 정착되고 있다.

이제는 다선(多選)을 자랑해서는 안된다.

교육수준 향상 등으로 인물의 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요즘엔 대학교마다 정원이 미달될 정도로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 만큼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즐비하다.

내가 물러나면 또 다른 적임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후배들이 그 자리를 또 다른 후배에게 물려 줘 그들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경우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들에게는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역발전에 대한 열정이 더욱 필요하다.

재선, 3선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초심이 퇴색될 뿐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지역발전에 대한 열정을 지닌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존경받는 선배들의 모습이 아쉽다.

종종 재선, 3선을 하며 잘 나가던 선량들이 다음 선거에서 낙마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 안타깝다.

최근 연말 대선주자를 뽑기 위해 각 정당마다 분주하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한나라당 4명을 비롯 범여권 주자 20여 명, 민주노동당 3명 등 거론되는 주자들만도 30여 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할 경우 이합집산이 불보듯 뻔하다.

조국과 민족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갈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책개발 및 대결보다는 남의 약점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강·정책이나 이념과는 무관하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가 하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다는 태도가 난무하고 있다.

각종 의혹을 경쟁적으로 파헤쳐 무분별하게 검증하려는 구도로 가고 있다.

극단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가능하고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선주자는 단 한 명도 없는 듯하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온 나라에 넘칠 경우 국민들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30여 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적임자가 전무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인들의 교훈을 거울삼아 아름다운 진퇴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가나 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 모두 지나친 욕심을 조금씩 버리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위험한 발상에서 탈출, 진정한 자유인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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