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명시된 교지확보율 보다 6배 이상 커
대학 유휴부지 활용해 수익사업 변질 우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이 고려대에 과다하게 대학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건설청이 고려대에 제공할 예정인 대학부지 규모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명시된 교지확보율 보다 무려 6배 이상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협상 1순위인 고려대에 대학 부지를 제공하면 부지가 모자라 2순위인 한남대의 입주는 어렵다고 입장을 보여온 건설청 및 한국토지공사의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다하게 제공되는 대학부지 = 행정도시 내 대학 부지는 1지구 77만 4489㎡, 2지구 52만 5359㎡, 3지구 30만 9821㎡ 등 총 160만 9669㎡이다.

건설청은 이 가운데 1·2지구 129만 9848㎡ 전체를 고려대(협상대학 1순위)에 제공하고, 나머지 3지구인 30만 9821㎡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협상대학원 1순위)이 활용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설청은 협상2순위인 한남대에는 부지 부족으로 입주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가 밝힌 행정도시 내 캠퍼스 설립 계획과 수용 학생 인원 등과 비교할 때 건설청이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129만 9848㎡은 과다한 규모라는 지적이다.

건설청과 고려대 등에 따르면 고려대는 행정도시 내에 국가경영정보대학, 문화예술대학, 철도대학 등 6개 대학과 행정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서비스경영대학원 등 7개 대학원이 설치될 계획이다.

고려대는 이들 대학 및 대학원에 1만여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예정이다.이 경우 고려대는 최대 20만㎡(학생 1인당 교사 기준 면적 20㎡×1만 명)이면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1인당 교지확보율 100%를 충족시킬 수 있다.

교지확보율이란 대학은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학생 1인당 최소 12㎡(인문·사회)~ 최대 20㎡(공학·의학)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충족시킬 경우 교지확보율 100%라고 한다.

결국 협상 중인 고려대 예정 부지 129만 9848㎡은 교지확보율의 6.5배 규모에 해당하는 셈이다.

무려 교지확보율의 6배 이상을 고려대에 배정하면 한남대에는 부지를 줄 수 없다는 건설청의 태도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교수들은 "부지가 넓으면 쾌적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연 필요 이상의 부지를 보유하고 이를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이를 뒷받침해 줄 재원은 있는지 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굳이 대학 한 곳에 부지를 몰아주는 것 보다 2~3개 대학으로 나누어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행정도시 캠퍼스는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라며 "대학과 대학원 뿐 만 아니라 4년간 기숙학교와 각종 교사 등 영어공용 국제화캠퍼스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려면 충분한 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익사업용 변질 우려 = 일각에서는 고려대의 대학부지 활용 방안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잠재적 성장가치가 높은 행정도시에 당장 활용하지 않더라도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 자체가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행정도시의 경우 정부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부지인 만큼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여기에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에 따르면 교지 확보율이 100% 이상인 대학의 경우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대학 내 남는 부지를 외부에 임대해 영화관이나 스포츠센터 같은 운동시설, 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고려대 입장에서 볼 때 남는 부지는 언제든지 수익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고, 땅값은 땅값대로 올라 이중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고려대 측도 행정도시 내 대학 부지 전체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단계적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며 여유 부지에 대한 다양한 활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행정도시 캠퍼스를 수익사업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은 없지만, 사립대학 수익사업은 공통된 관심이며 과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남대 관계자는 "고려대에는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규모의 6배 이상 배정하면서 동등한 입장인 한남대에는 2순위라는 이유로 부지를 줄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한 건설청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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