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문화레저부장

선비가 배밭을 지날때는 갓 끈도 고치지 마라는 옛 격언이 있다. 일말이라도 의심이 들만한 행동을 하지마라는 경구다. 그런데 작금의 충남대 사태를 보노라면 선비가 갓 끈을 고치는 행동을 넘어 아예 배를 손에 쥐고 있다가 들킨 형국이다. 선비가 쥐고 있는 그 배의 출처는 아직 불분명하다. 배밭 주인 몰래 딴 배인지, 뇌물로 받은 것인지, 주운 배인지, 아니면 시장에서 샀거나 얻은 것을 가지고 우연히 그 배밭을 지나던 중 이었는지 말이다. 이를 본 세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수근거리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군다나 그 선비가 둘러멘 봇짐엔 배로 보이는 그 무엇이 잔뜩 들어 있었기에 의혹의 눈길은 더했다.

그 선비는 따가운 눈초리와 수근거림이 못마땅 했던지 그 자리서 선비 옷을 벗어던져 버렸다. 일반 범부의 옷으로 갈아 입고 그 자리를 훌쩍 떠났다. 손에 들고 있던 배와 그 무엇이 담긴 봇짐을 풀어놓고 별다른 말없이. 그러자 모여든 사람들은 더욱 의심을 품게됐다. '도적질 한 것 아니냐, 선비의 탈을 쓴 도적 아니냐'고. '봇짐 속의 그 무엇도 모두 주인 몰래 딴 배가 분명하다'고.

이를 목격한 관헌들이 그 배와 봇짐을 들고 관아로 갔다. 의문의 배와 봇짐 속의 물건을 조사해 출처를 밝힐 요량으로. 그러나 몇날이 지나도 관아에서 속시원한 밝힘이 없자 세인들의 화살은 다시 선비에게 돌아갔다.

진짜 선비였다면, 조금이라도 선비정신을 가졌다면 관헌들이 밝히기 전에 스스로 전말을 밝혔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허기를 못참아 배 하나를 땄다든지, 순간의 욕심에 본분을 잠시 망각했다든지, 아니면 이런 연유로 갖게 된 부끄럼없는 배라든지 소상히 밝혀야 사(赦)할 건 사하고 책(責)할 건 책하지 않겠느냐고. 무조건 함구한다고 과실이 덮어지고 관아에서 못밝히면 무덤까지 의혹을 짊어지고 가는게 선비가 할 짓이냐고.

옷을 벗고 떠난 그 선비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고을서 가장 큰 '상아탑 충남대호'라는 배(舟)의 우두머리 사공이었다. 이 배에는 학문을 하기위해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젊은 서생들이 빼곡히 타고 목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두머리 사공이던 선비가 의문의 배(梨)사건으로 훌쩍 떠난 이후 이 큰 배는 기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항로를 일탈해 헤매고 있었다. 뭍사람들은 비록 우두머리가 떠났어도 남아있는 사공들이 많았기에 안도했었다. 우두머리가 없으니 남은 사공들이 더욱 합심해 힘차게 노를 저으며 항로를 바로잡고 학문하는 젊은 서생들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줄걸로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멀리서 그 배를 지켜본 사람들은 혀를 내둘러야 했다. 노를 젓는 사공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사공이 노 젓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우두머리 되면 안되겠니'라며 소근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쪽 모퉁이선 두리번 거리며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불명의 배(梨)를 나눠먹으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더욱 경악한 것은 일부 사공들이 노는 팽개치고 자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자를 너무 세게쳐 그 자가 배에 구멍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 옆의 배들은 힘차게 노를 저으며 항해를 하는데.

뭍사람들은 소리쳤다. 배가 침몰 위기라고. 논팔고 소팔아 학문하러온 서생들이 불쌍하다고. 어서 빨리 정신차리고 함께 노를 힘차게 저으라고.

그렇다. 정책연구비 편파배정 문제로 불거진 충남대 사태는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구성원 모두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뛰어야 한다.

명문 충남대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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