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영 서부본부 취재부국장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옛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물론 과거에도 학생이 교사에 대해 반발하거나 기피하려는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교사에게 말대꾸를 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저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학생의 부모들은 자녀를 대신해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바라며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을 간청했다.비록 자신의 자녀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주고, 교사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이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과잉보호이며 결국 방임일 뿐이다.

제멋대로 방치한 과일 나무는 쓸모없이 자란다.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주고 거름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가꿔야 한다.

어느 초등학생의 학부모는 교사의 지도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학부모와 함께 담임교사의 집을 찾아가 공개사과와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파렴치한 교사', '성격 이상자'라는 충격적인 인격 모독과 강압으로 무릎을 꿇게 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해야 함에도 불구, 이 같이 감정적이고 고압적이며 물리적인 행태가 발생한 현실 속에서 교사들이 갖는 참담한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옛날 서당에서는 유월유두일에 부모가 한 아름의 싸리나무 '회초리'를 훈장에게 전달했다.'회초리'에 담긴 뜻을 되새겨야 한다.부모님들이 내 자녀가 잘못하면 얼마든지 혼을 내서라도 가르쳐 달라고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학생들도 부모님의 참뜻을 충분히 이해해 교사들의 질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또 교사에 대한 원망이나 반발감도 훨씬 줄어들어 잘못에 대한 반성을 통해 바람직한 태도가 형성됐다.

옛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해서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를 동일시했다.

이 같은 스승의 권위와 존경심이 최근 크게 변질돼가고 있다.

촌지 자진신고 제도와 스승의 날을 없애든가 학년 말로 옮기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들려 교사들을 서글프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스승의 날 문을 닫은 학교가 절반을 넘는다.

학생체벌에 대한 과민반응과 촌지 등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와 학부모는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특히 과거와는 달리 최근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고학력이다.또 높은 지식수준과 교육열의가 대단한 사교육기관도 많다.

하지만 가정과 학원에서만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는 없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많은 유기적 인간관계들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래집단들과의 사회성 신장과 인간관계, 규칙에 의한 자기통제 능력과 인내심 배양,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물리적 시설과 기자재 활용 등 학교만이 갖는 기능이 너무나 크고 소중하다.

옛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취학하고 있는 학교 교사들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교권 향상이 자녀들의 교사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유발시켜 교육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왜곡 굴절된 지극한 자녀사랑이 학생교육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사 권위 실추로 이어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또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담당자인 교사들도 혁신적인 자기반성과 자질 향상으로 신뢰받는 교육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교권확립만이 교육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