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세종시 한 전시장에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학생의 어머니들이 바느질로 만든 퀼트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작품을 내놓은 4.16 공방은 엄마들이 분향소 옆 작은 컨테이너에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서로를 위로하던 엄마들이 바느질하며 아픔과 울분을 견뎌왔다. 처음부터 바느질을 잘한 게 아니었다.

안산의 한 센터에서 퀼트를 배우며 실력을 쌓아나갔고, 자신이 배운 것을 이웃 주민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바늘에 손을 찔려가며 퀼트에 매달린 이유는 한 조각 한 조각 천을 이으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북받쳐오는 감정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눈시울을 적시는 관람객들을 보며 공감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엄마들의 절절한 심정을 담아낸 작품들의 공통점은 아이를 향한 그리움이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볼 때마다 떠난 순범이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어머니,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바느질로 만들어 딸 지혜를 만나러 가는 간절함을 보여준 어머니, 태민이를 떠나보낸 뒤 아이 물건을 산에서 태우는데 그 주변으로 새 몇 마리가 찾아온 게 기억나 한 땀 한 땀 새를 만든 어머니.

작품을 보면서 가족들이 감내한 10년의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비난도 있었고 그만 잊자는 목소리도 있었고 근거없는 소문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노란 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수시로 했지만 잊고 지낸 날들이 많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수시로 다짐하긴 했지만, 유가족들은 지난 10년을 꼬박 고통과 상실을 바늘로 꿰매며 마음을 다독거려 온 것이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월을 기억의 달로 정해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 유가족들이 참여하는 공연과 전시 그리고 안전체험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희생된 학생들과 시민을 추모하고, 안전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기억하는 일은 재난 참사를 예방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펴낸 ‘520번의 금요일’이라는 책에는 기억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재난 이후 ‘기억하겠다’라는 말은 소중한 것들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잠긴 피해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이면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자기와의 약속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망사고 등은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로 가는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는 4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풀기 위해 애쓰는 유가족이 있고 살아남은 고통을 안고 자란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권리를 스스로 키워온 그들을 기억하고, 안전할 권리를 국가에 요청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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