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청주복지재단 네트워크 팀장

지난 주말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정리할 곳은 냉장고였다. 특히 묵은지 냄새가 폴폴 나는 김치냉장고를 정리해야 했다. 담은 지 2년 된 김장김치는 김치냉장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얼른 묵은지를 해치우고 김치냉장고를 말끔히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릴 때 엄마가 하던 방법으로 묵은지 처리용 만두 만들기에 도전했다. 묵은지를 다지고, 갖은 재료들을 또 다졌다.

그리고 김치, 고기, 두부, 양파, 고춧가루, 파, 마늘, 다양한 양념들을 섞었다. 만두의 재료는 만드는 사람마다 특색이 있는 것 같다. 당면을 넣는 집도 있고, 숙주나물을 넣는 집도 있고, 얼큰한 고추장아찌를 넣는 집도 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각자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만두는 공장에서 만들어 낸 만두와는 다른 특별한 맛이 난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들이 섞여 있는 만두소를 보니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같다.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진 재료처럼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재료들을 만두피로 둘러싼 만두는 마치 ‘우리’라는 울타리 같다.

미국의 사회학자 섬너(William Graham Sumner)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집단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내집단(우리집단 we-group)’은 내가 속해있으면서 동시에 그 집단에 소속감을 갖고 있는 집단을 말한다. ‘우리가족’, ‘우리학교’, ‘우리회사’, ‘우리나라’라고 할 때 ‘우리’를 말한다. 반면 ‘외집단(그들집단 they-group)’은 ‘다른 반’, ‘상대 팀’처럼 내가 소속해 있지 않으면서 이질감이나 적대 의식을 갖는 집단을 말한다.

이러한 외집단이 존재할 경우 ‘우리’는 더욱 결속력이 높아질 수 있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우리’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만두피 속에 싸인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저러고 살지?’, ‘젊은 사람이 일을 왜 안 해?’, ‘자식들은 뭐 하느라 안 도와주고 있는 거야?’, ‘어른을 보고 인사도 안 하네?’, ‘왜 이것밖에 못 하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해가 깊어질수록 이웃과의 관계가 더욱 멀어지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라디오에서 ‘오해는 이해보다 쉽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쉽게 나의 마음대로 오해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다 보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해를 위해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먼저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해보는 용기를 함께 내어볼까요.

"‘아~ 그랬구나!’,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럴 만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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