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조 대전 동구청장

서울역에 도착해 밖을 나서면 주변 경관을 압도하는 거대한 주황빛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 건물이자 대우빌딩으로 유명했던 서울스퀘어다. 이 거대한 건물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도착했음을 깨닫곤 했다.도시의 첫 인상은 외부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관문에서 결정되곤 한다. 충청권 최대 도시이자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대한민국 과학수도 대전. 그런 대전을 대표하는 관문인 대전역에 내렸을 때 사람들이 느낀 첫인상은 어땠을까? 방문객들이 느낀 대전의 첫 인상은 아마 초라함이 아닐까 싶다. 반대편인 동광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뉴트로 열풍을 타고 소제동이 MZ세대를 사로잡은 핫플레이스가 됐지만 광역시에 걸맞지 않은 모습에 실망스러움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대전역을 빼놓고는 대전을 설명할 수 없다. 대전역세권은 대전의 출발점이자 대전시민의 추억과 애환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대전0시축제의 모티브가 된 대전부르스 역시 대전역을 노래하고 있다. 한때 사람과 돈이 모여 활기가 넘쳤던 대전역, 낙후된 지금의 모습을 볼 때면 구청장을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이제 미래 세대는 대전역 주변의 초라한 모습을 아마 역사책에서나 보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마친 1조 3700억 원 규모의 복합2구역부터 고밀도 혁신 공간 조성을 위한 도심융합특구, 모든 교통수단이 하나로 이어지는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여기에 화룡점정이 될 메가 충청 스퀘어까지. 지난해부터 동구민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발표가 잇따랐다.

그뿐만인가. 낙후된 정주 여건을 뒤바꿀 중앙1구역과 삼성4구역 등 재개발 사업과 소제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시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키고 일상에 쉼표를 찍어줄 이종수 도예가 미술관, 소제중앙공원, 신안2역사공원 등 동구의 도시경쟁력을 높여줄 사업들이 대전역세권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전역세권에 대규모 건축 계획이 세워지는 지금 세계적 건축가들도 대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대전시가 발표한 대전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디자인 공모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렌조 피아노, 故 자하 하디드가 설립한 건축 사무소를 비롯해 필자가 지난해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스코틀랜드 던디 시를 방문했을 때 만난 ‘V&A 던디’를 설계한 건축가 쿠마 켄고도 참여를 결정했다.

머지않은 미래, 대전역세권에서도 카타르 도하처럼 온 거리에서 건축 거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메가 충청 스퀘어를 비롯해 마천루들로 채워질 대전역세권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어쩌면 세상을 바꿀 혁신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곳, 대전역세권이 이끌 대한민국과 대전의 새로운 백년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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