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민 기분전문가

이장민 기분전문가

지난 2월,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축구대회. 손흥민과 이강인이 몸싸움을 벌였다는 뉴스는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던 시점이라 충격은 더 컸다. 두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한국 축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둥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아닌가? 특히 손흥민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리더십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는 월드클래스 선수다. 그런 손흥민에게 이강인이 했다고 알려진 행동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다음날부터 이강인의 인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이강민은 어느새 국민 욕받이가 됐다. 이 사건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에 걸맞은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기업들도 채용할 때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인성과 사람됨을 간과해온 것은 아닐까?

기분전문가로서 인성의 문제도 결국 감정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강인이 만약 그 순간의 불쾌한 감정을 지혜롭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삶이라는 긴 여행을 하면서 늘 기분 나쁜 감정을 마주한다. 짜증과 화, 우울함과 불안감, 걱정 등의 감정이다. 즐거움 등의 감정만을 느낄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낮과 밤이 공존하고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감정과 기분 나쁜 감정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기에 기분 좋은 감정을 추구한다. 불행한 삶 속에서 행복감을 갈망하고 무기력한 삶 속에서 가슴 뛰는 열정을 갈구한다. 기분 나쁜 감정을 경험할수록 기분 좋은 감정을 원하게 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수록 기분 나쁜 감정은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모든 감정이 소중하다. 기분 좋은 감정들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끼는 것만큼 기분 나쁜 감정들을 지혜롭게 표현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어른으로서 성숙해진다.

본래 기분 나쁜 감정은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한다. 그 감정을 느끼는 순간,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고 타인에게 떠넘기고 싶다.

이렇게 기분 나쁜 감정을 부정하면서 타인에게 돌릴 때 잠깐은 후련할지 몰라도 몸과 마음에 엄청난 생채기를 남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틀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기분 나쁜 감정이 밀려올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성과 품격은 물론 그 사람의 미래를 보여준다. 훌륭한 사람은 기분 나쁜 감정을 느껴도 그 감정의 화살을 자신에게, 타인에게 쏟아붓지 않는다. 숨기지도 않는다. 용기 있게 받아들이되 마음속에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후 평정심을 되찾는다.

손흥민이 리그 경기에서 패해 화가 나도 상대팀 선수들을 따뜻하게 축하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존경을 받으며 성공한 사람들은 기분 나쁜 감정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면서 지혜롭게 이겨낸다. 진짜 어른인 것이다.

우리는 기분 나쁜 감정을 수용하면서 성숙해진다. 고통스러운 이 과정을 보내야 몸과 마음, 영혼까지 곰삭은 어른이 된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기분 나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슬기롭게 해소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기분 좋은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봄은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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