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대전교육연수원 주무관

짧은 수험생활 기간을 거치고 스물한 살의 나이에 공무원이 됐다.

원래 나의 전공은 행정이 아닌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하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나의 대학 생활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전부였다.

집에만 있다 보니 지루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 시작한 공부가 생각보다 잘 되어 4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1년간의 비대면 대학 생활을 마치고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전공을 포기하고 행정직으로 일하는 것이 아쉽지 않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쉽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학업을 그만뒀다는 아쉬움은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며 해소하고 있고, 미술을 공부했던 경험이 공무원 생활을 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덕분이다.

첫 발령지였던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학과 홍보용 키링이나 실습 중 접근 금지 안내판을 제작하기도 했었고, 현재 근무 중인 연수원에서는 각종 행사에서 필요한 PPT나 영상을 직접 만들고 있다. 이렇게 지금 나의 위치에서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다 보니, 디자인을 포기해서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1학년뿐이지만 디자인을 전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이러한 워라밸을 퇴근 후 개인의 삶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근무 중에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디자인 그리고 예술은 나의 삶 그 자체였고 이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 됐다.

"미술은 취미로 할 때가 가장 행복해."

미대 입시를 하며 친구들과 장난처럼 자주 나누었던 이야기다. 실제로 디자인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보다 업무 사이사이에서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재가 더 행복하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심지어 전공도 공무원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처음에는 두 집단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능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법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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