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 한남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

지체장애인(양슬관절 절단 1급 2호)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지 어느덧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1994년 9월 7일 아홉살이던 나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던 15t 트럭의 바퀴에 휘말려 그 자리에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이후 초중고 모두 일반학교를 다녔고 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2021년 한남대학교의 교수로 부임했고, 올해 3월 1일자로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을 맡게 됐다. 장애인으로 살아온 지난날의 경험과 대학원에서 익힌 전문성이 맞춤이 돼, 지금은 지역사회 내 장애인 인식개선과 사회참여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장애라는 시련은 나를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드는 연단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기심과 경쟁, 효율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가운데 있다. 모든 의사결정의 이면에는 경제적 효율성이 우선시돼 공익과 정의, 분배,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장애인이 설 자리는 어디에 있나 싶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통합사회 구현을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됐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24년 장애인에 대한 의무고용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은 3.8%, 민간기업은 3.1%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가기관마저도 이를 지키지 못해 부담한 금액만 최근 3년간 1,700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 고용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공공부문조차도 장애인을 고용하기 보다는 벌금으로 때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에 대한 차별 행위 진정 건수가 매년 2000건을 상회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및 제도적 개선을 위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전체인구 대비 약 5.2%(약265만명)를 차지하고 있으며, 장애발생 원인 중 약 80%이상이 후천적 질환, 사고가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장애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모두의 문제, 즉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장애인을 역경을 극복한 존재로 미화할 필요도 없고, 불편한 존재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 인간존엄성은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셋째, 가외성, 베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에 입각한 시설 및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물리적 장벽, 장애물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시책이 요구되며, 어느 누구나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 환경 등의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또 성인지예산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고, 초중고 교육과정에 장애인을 이해하는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야 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협력 상생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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