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의학, 특히 정신의학분야에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치료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비만,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내과 질환, 불면증이나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약물이나 주사제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것이니 디지털 치료제보다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더 정확한 말이다.

현재까지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한 2건의 디지털 치료기기가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이 되고 있다. 진행 중인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도 있으니 앞으로 허가 건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어떻게 애플리케이션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일까? 정신의학분야에서는 항우울제나 수면제와 같은 약물치료 외에 인지행동치료가 있는데 대표적인 비약물적 치료방법이다. 이런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것이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잘못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명확한 근거가 없는 임의적 추론(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으니 나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 이분법적 사고(100점이 아니면 가치가 없고 쓸모가 없어)와 같은 인지오류가 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런 인지오류와 부정적인 행동양상을 환자가 스스로 깨닫게 하고 교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동량, 활동, 기분 등을 기록하고 자신의 기분상태, 인지오류를 알려주고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일부 정신질환의 경우 약물치료와 효과가 비슷하고 부작용은 거의 없으니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훈련을 받은 심리전문가만 시행할 수 있어서 쉽게 전문가를 만나기 어렵고 비용도 약물치료보다 비싸다는 점에서 치료접근성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만약 환자가 병원에서 디지털 치료제 처방을 받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서 집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전통적인 신약개발과 같은 임상시험을 거쳐 그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고 식약처의 허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의료기기(소프트웨어)로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시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신약개발은 서구 제약회사의 전유물이었는데 임상기술과 IT 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가 앞으로는 디지털 치료기기, 디지털 신약개발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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