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장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단어가 있다. 복원력이라고도 하는 데 심리학에서 비롯되어 경제학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고무공을 바닥에 던지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처럼, 개인이나 경제주체가 역경에 주저앉지 않고 바닥을 딛고 다시 솟아오르는 특성 또는 역량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커졌다고 한다면 경제적 충격 등에 대한 위기 대응 및 회복 능력이 기존 상태로의 원상 복귀를 넘어 한층 더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발표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24년 1월 수출은 547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하였다. 수출금액이 작년 1분기 이후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추세적으로 증가해 20개월 만에 두 자릿수 플러스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좋은 신호로 읽힌다.

충남지역도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만 전고점 대비 수출 회복률은 전국에 비해 저조한 모습이다. 전국 수출은 작년 4분기 기준 전고점 대비 전저점 하락 폭의 67%를 회복했지만, 충남 수출은 절반도 채 회복하지 못했다. 충남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감소 폭도 컸던 반도체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 수급 개선 등으로 반도체 수출의 회복세가 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충남은 민관이 협력하면서 그간의 어려움을 교훈 삼아 수출의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수출기업들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일부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축소 시키고 있다. 베트남, 미국 등으로 진출하며 중국에 편중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2023년에는 베트남이 중국을 넘어 1위 수출국 자리를 차지하였다. 또한, 중국, 베트남, 홍콩,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던 수출시장을 대만, 인도, ASEAN-5 등으로 확장하였다.

충남도에서는 기술 혁신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며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발전을 도모하여 왔다. 지난해 7월 주력 수출품인 디스플레이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 등을 위해 천안·아산 지역을 국가첨단산업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행정구역을 넘어 경기도와 함께 초광역 경제권인 아산만 일대 베이밸리(Bay Valley) 메가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성장산업 육성과 동북아 무역기지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충남에게 수출 회복은 봄바람 같은 기쁜 소식이다. 그동안 민관협력을 통한 시장 다변화, 기술 혁신, 신산업 육성 등으로 수출의 회복탄력성도 강화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충남의 수출 회복세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입춘대길(立春大吉)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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