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작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장 어려웠던 곳이 중소벤처기업일 것이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뿌리는 어디일까? 아마도 전체 기업 99%,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4년 경영환경을 바라보는 사자성어로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선택했다. 아마도 작년 한 해 중소기업들은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4고 현상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역경에서 벗어나 도약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는 벤처기업에게 크고 작은 여러 악재와 호재가 참 많았다. 벤처기업협회에서도 ‘벤처기업법 개정안 통과’, ‘복수의결권 주식제도 도입 및 시행’, ‘플랫폼 스타트업과 전문직역 단체와의 갈등’, ‘인재확보를 위한 소리없는 전쟁’,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돌풍’, ‘얼어붙은 스타트업 M&A 시장’ 등 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최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KAIST 학생창업 120곳 중 110곳이 계속 기업으로 운영(5년 뒤 생존율 91.7%)되고 있고, 서울대 학생 스타트업 생존율보다 4배 가량 높다고 밝혔다. 결국 아이디어 기반이 아닌 특허나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기술창업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ETRI 역시 2012년 이후 정부출연연구원 최다 연구원 창업기업 89개사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77개사(생존율 86.5%)가 운영되고 있다. 결국은 기술벤처가 중요한 것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2021년 기준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력 7년 이내 창업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의 절반이 넘는 454만개이며, 총 매출은 1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술기반 창업기업은 전체 기업의 19.8%(90만 3천개) 차지했지만, 종사자수와 매출액 비중은 각각 30.0%, 28.4%에 달하는 등 비 기술기반 창업기업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올렸다. 즉 우리 경제의 미래는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을 어떻게 창출하고 성장시킬 것인가에 따라 국운이 결정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혁신기술과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4대 과기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스타트업이 흑자전환에 평균 4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안정적인 기업구조로 확립될 때까지 부모의 마음으로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판단된다. 옛말에 ‘잘 키운 자식 하나가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고 했다.

2024년 청룡의 푸른 기운을 담아, 혁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탄생시키고,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비용절감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끊김없는 후속성장 지원이 궁극에는 국가발전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2024년 갑진년에는 우리나라 모든 곳곳에 ‘운외창천(雲外蒼天)’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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