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은 대전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주무관

나는 시작에 대해 두려웠던 적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고,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내 능력 밖의 일이라며 외면했었다.

일을 항상 회피하고 절벽 끝에 내몰릴 때까지 일을 미루곤 했다. ‘시작’은 언제부터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까. 이는 부모님 두 분 모두 결혼 전부터 어렵게 생활하고, 결혼 후에도 옥탑방, 단칸방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온 모습을 보고 들은 내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려야겠다. 그것이 바로 엄마, 아빠가 웃게 될 이유니까. 절대로 실패는 있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집안의 첫째로서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잘 수행해야만 했고, 그러한 일들은 이미 방법을 알고 있는, 기존에 능숙하게 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반면 새로운 일은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에 나는 새로운 일에 대한 시도를 ‘위험’으로 낙인찍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시작’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인생 곳곳에서 ‘시작’은 날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돼 8년 전 1월 이맘때쯤,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급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연말정산 멘붕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작년 3개월 동안 임용 발령 전 우리 부서에서 일을 도와주던 새내기 주무관이 생각난다.

빨리 정식으로 발령받아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에 흐뭇한 엄마 미소가 지어보였던게 어제 같았는데 그 주무관도 올 1월 발령을 받아 나처럼 급여 업무를 맡게 됐고, 안타깝게 지금 연말정산이라는 큰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 그에게 비록 지금은 너무 힘들겠지만 우리가 그랬듯 잘 해낼 것이라 믿고 멀리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업무. 이 반복되는 시작을 통해 새로운 일은 결국 나의 경험의 폭을 넓혀 주고, 나의 능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8년 전 매일의 나를 괴롭게 했던 급여와 연말정산이 나중에 감사 업무를 맡게 되면서 큰 도움이 됐고, 급식 위생점검과 영양 관리는 실생활의 지혜로 자리 잡게 됐다.

실패가 두려워 시작하지 않는 것은 결국 내 손으로 이룬 것들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실패다.

무엇인가를 시작해봤다는 그 자체가 성공이고 박수받아 마땅할 일이 아닌가.

설령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 과정 속에서 겪은 경험들은 차일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시작을 바라보는 나의 각도가 업무를 통해 많이 달라졌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때마다 8년 전 처음 업무를 시작하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어려운 경험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듯이, 그리고 지금의 경험들이 쌓여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될 수 있음을 믿으며, 낯선 곳으로 한 걸음 내딛는 나에게, 우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 걸음 내디뎠다면 벌써 반이나 도착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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