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우 배재대 기획처장

청년이란 말이 언제부터인가 삐딱하게 들린다. 선거 때마다 청년을 들먹이고 이들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들먹이는 것이 버릇이 되면서, 청년이란 말의 기분 좋은 이미지도 사라지고 있다.

도전하며 실패를 맛보아야 할, 잔소리 들어가며 생업에서 배우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기에 정치를 한다는 이도 있다.

그들은 청년의 도전과 당당함보다 청년의 어려움과 무기력함을 먼저 얘기한다. 청년의 어려움은 세상책임이 된지 오래다. 정치와 정책으로라도 어떻게든 어려움을 이겨보려는 그 제안이야 한 없이 반갑지만, 금방 불편해진다.

꼰대의 기운이 슬슬 올라온다. 지나가는 꼰대 누구든 붙잡고 인생을 물어보면, 청년시절의 실패이야기 한보따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이들은 그런 깨짐을 딛고 저녁에 돌아갈 집을 얻었고, 생일을 축하해 줄 가족을 일궜다. 직장에 한 자리를 잡고 작든 크든 책임을 지는 이가 되었다. 세상의 수많은 팀장, 과장, 부장, 차장, 사장, 회장은 그렇게 돼 간 거다. 그래서 이들이 부럽다면, 이들의 지금이 아니라 되는 일 하나 없던 지질한 시절을 봐야 한다.

꼰대로 세상을 지나온 사람들은 안다. 세상은 원래 힘들었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래서 힘든 세상을 두고, 청년이 깨달아야 할 것은 깨질지언정 당당함을 가지고 세상에 욕이라도 하며 살아내라는 요구다.

누군가 일으켜 주려는 그 손도 뿌리치며, 자존심을 지켜내려는 깡이다. 그래서 30살 아니 40살쯤 되면, 경륜을 갖추고 세상 어디엔가 책임을 가진 이로 커 있으라는 요구다.

멋진 청년이란 다름이 아니다. 푸릇푸릇함의 아름다움, 언제 무엇이 될지 모르는 기대, 한 웅덩이 마중물로도 푸름을 뽐낼 수 있는 당당함, 싸구려 칙칙함 속에서도 명품족을 깔보는 자존심이 원래 청년이다. 수많은 실패에 괴로워 하지만, 청년이라면 멈추지 않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고, 다시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그 자리를 비켜준다", 약주를 기울일 때마다 대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실패하는 만큼의 경륜을 가지게 된다. 경륜이란 청년정치와 청년정책의 특별함이 아닌, 평범한 생업에서, 하루하루의 삶에서의 성실함과 책임감에서 생긴다.

마침 선거가 있는 2024년이다. 청년임을 내세워 청년정치와 청년정책을 말하는 것보다 각자 자리에서 더 많이 깨지고 실패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운이 없어서든 실력이 부족해서든, 사람을 못 만나서든, 그만큼의 성장이 있다. 누구보다 시간이 많으니 다시 일어날 힘도 충분하다. 세상에 열심인, 성실한, 책임감 있는 청년에 자리 한 켠 주려고 기다리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 나이가 들며, 꼰대가 돼가면서 좋은 재목의 청년을 만나는 즐거움도 갈수록 커진다. 우리 대학에도 언젠가 찾아갈 내 당당한 자리를 기대하며,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멋진 청년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