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판다 푸바오가 눈밭 위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눈이 내린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판다 푸바오가 눈밭 위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겨울이 좋다. 계절 중에 제일 좋다. 혹자는 추운데 왜 좋아하냐고 되묻는다. 이유야 별거 없다. 어릴 적부터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했다. 눈이 오면 공원에서 친구들과 썰매를 가장한 박스를 타는 것도 좋았다. 눈이 내리면 볼 빨개지도록 눈싸움을 했다.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그냥 그런 것들이 좋았다. 낭만이 있었다. 입김이 나오는 날, 붕어빵을 호호 불어먹는 것도 좋았다. 슈퍼 안 호빵 기계가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춥지만 추억은 따뜻했다.

☞대학생 땐 다른 의미로 겨울이 좋았다. 어묵탕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것이 좋았다. 국물을 삼키면 겨울이 녹았다. 속이 뜨끈해져 마음까지 뜨뜻해졌다. 눈이라도 내리면 술 보다 분위기에 먼저 취했다. 또 어떤 날은 하얀 강아지랑 하얀 눈길을 달렸다. 같이 발자국을 만들며 온 사방 뛰었다. 그냥 눈이 좋았다. 하얀 세상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현실보다 감성을 보는 나이였다. 다소 어렸고 다소 철이 없었다. 눈이 여전히 좋을 그런 애어른이었다.

☞서른 중반이 되니 겨울에 대한 애정이 살짝 식어간다. 눈이 내리면 교통부터 걱정된다. 운전도 어렵거니와 차도 막힌다.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 보다 귀가 걱정이 더 크다. 이런 날은 택시도 안 잡힌다. 걷는 것도 무섭다. 행여 미끄러져 허리라도 나갈까봐 주춤주춤 걷는다. 전엔 눈을 보면 집에서 뛰쳐나갔다. 이젠 반대로 눈을 보면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입김이 나오면 내복을 꺼내기 바쁘다. 그 어리던 내 하얀 강아지는 16살 노견이 됐다. 눈 오는 날엔 뛰지 못한다. 감기라도 걸릴까 품에 꼭 안고 다닌다. 야속한 세월이 겨울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시니컬한 어른이 된 나를 깨우는 존재가 있다. 판다 푸바오다. 오늘 사진 속 푸바오는 눈밭을 데굴데굴 구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뭔가 뭉클했다. 그렇게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다. 현실을 잊고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눈을 다르게 느낀다. 다만 폭설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만은 집 앞에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야겠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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