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체육시설 개보수 이대로 괜찮나]
자체예산 투입하고 국비지원 신청안해
市 "큰 사업 추진… 매칭 위한 재원 부족"
강원도, 올림픽 개최 준비하면서도 매칭
시민체감 생활체육 기반 뒤처진단 지적도

특·광역시 기준 공공체육시설 개보수사업 선정 비율. 그래픽 김연아 기자. 
특·광역시 기준 공공체육시설 개보수사업 선정 비율.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건물이 노후되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누수입니다. 체육관이 준공 20~30년을 넘겼는데 물이 새는 곳이 많아서 문제가 많았죠. 기금이 투입되는 개보수 사업이 있는지 몰랐죠. 당연히 그런 사업이 있다면 선정될만한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대전의 한 공공체육관 관계자

"축구장이 80년대에 조성됐는데 보기엔 매우 깨끗합니다. 그런데 인조잔디가 저렴한 건지, 오래 된 건지. 두 번이나 부상을 입었죠. 잔디에 쿠션감이 전혀 없고 억세서 부상 위험이 컸습니다. 이런 문제는 결코 작다고 보이지 않는데 관련 사업이 있다면 지원이라도 해봤어야 한다고 봅니다."

-K리그 7부에서 활동 중인 대전 직장인

최근 6년 간 국비가 지원되는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사업에서 대전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자 자치단체의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 지역에선 국비를 발판으로 대대적인 개보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대전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체육 기반은 뒤처질 수밖에 없단 지적도 나온다.

3일 본보 취재 결과 대전지역에서는 2019~2024년도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지원되는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사업에서 △노후부문 19건 △긴급·안전부문 10건 △장애인편의시설 개선 4건 등 모두 33건을 신청해 25건(국비 35억여원)이 선정됐다.

이는 동기간 전국에서 추진된 사업 예산(3093억여원)의 0.9% 수준이며 각 지역별로 평균 135건(88건 선정)을 신청한 상황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전에선 올 들어 사업 신청 건수가 10건 이상으로 늘어 7건이 선정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엔 연평균 4건 안팎의 신청만 이뤄졌다.

체육계에서는 지역 내 노후시설이 상당함에도 사업을 신청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지역 내에서 체육시설 개보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해 기준으로도 자치구별 예산안에서는 1~3건 가량의 개보수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일부 10년 이상 노후시설 개선에 자체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국비 지원사업에 대한 신청은 없었던 데다가 타 지역에선 사업을 통해 큰 틀에서 대대적인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 한 체육회 관계자는 "노후시설 개선에도 왜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가뜩이나 대전은 타 지역에 비해 시설이 적은 편인데, 있는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도 미흡하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 신청 대비 선정 비율을 살펴보면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6년 간 2100여건이 신청돼 1412건, 65% 이상은 실제 국비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80% 이상의 선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에 대한 시각도 좋지 않다. 국비를 70%까지 지원하는데, 대전에선 6년 간 4건을 신청해 3건(3억여원)이 선정됐다.

전국적으로는 150건이 선정, 315억원이 투입돼 관련 시설 개선이 이뤄졌다.

올해 기준 전국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BF인증 운동시설(본지정)은 232개소다.

그러나 대전은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를 제외하면 단 4곳으로, 앞으로도 편의시설 설치를 통해 개선해야 할 수요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는 저조했던 신청·선정 실적에 대해 우선 서남부스포츠종합타운과 기존에 추진 중이던 국민체육센터 조성 등 사업비 부담으로 개보수 사업 매칭을 위한 재원이 충분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2010년대 평창올림픽(6개 경기장 신설)을 준비하던 강원도에서도 매년 꾸준히 예산을 매칭해 올림픽 개최까지 연평균 12건 이상을 신청한 점을 두고 반론이 제기된다.

한 체육계 인사는 "과거부터 신규사업 추진에 기존 체육시설의 유지·보수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민 눈높이에선 우리 동네에 있는 시설 개선도 중요하다. 타 지역과 비교하면 지역민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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