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데이트폭력 검거 현황. 
데이트폭력 검거 현황. 

대전지역 대학생 10명 중 8명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연애·썸·짝사랑을 경험한 1278명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 내 폭력 행위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5%는 어떤 식으로든 폭력 관련 행위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세종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과 목원대학교 연구진이 어제 내놓은 ‘대전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데이트 폭력 인식과 대응 정책방향’ 연구에서다.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폭력의 양상 또한 우려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스토킹 등을 일컫는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사람끼리 만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일방적인 가해라면 폭력인 것이다. 데이트 폭력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연구진이 밝힌 데이트 폭력 사례를 보면 ‘일정 확인과 공유 요구’,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알리도록 하는 행위’부터 ‘아끼는 물건이나 반려동물을 해치겠다’는 등 심한 협박까지 있다. 실제 뺨을 때리거나(1.3%) 상처가 날 정도로 때리는 행위(1.2%)도 드러났다. 지난 5월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 폭력을 신고한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다 가해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떠오른다. 연인사이를 내세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주변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4년 6675명에서 지난해 1만2841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다. 처음에 경미하게 출발해 살인까지 이어지는 게 데이트 폭력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농후하다. 젠더폭력 대응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연구진의 지적을 간과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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