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권 장인 ‘내 인생 갈대 호드기’ 발간

▲ 내 인생 갈대 호드기 책자에 수록된 까치내 옛 모습.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청주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 멱 감고, 천렵을 하던 추억의 장소가 있다.

이곳 까치내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도 인기였다.

커다란 둑이 있었는데 이 둑 주변으로는 뱃놀이도 즐겼다. 특히 이곳엔 경북과 영남지역의 유생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걸었던 과거길이 있었고, 주막도 위치했던 번화가였다.

하지만 하천 물길을 막는 커다란 보가 생기고 산업화로 인해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소풍을 오거나 천렵을 오는 이들의 발길도 끊겼다.

다만 현재는 이곳 인근에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있어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금은 문헌이나 어르신들의 기억에만 남아있는 청주 까치내(작천보)의 옛 풍경이다.

이런 까치내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스토리텔링북이 지난 9월 발간됐다.

이 책은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의 일환으로 발간된 구술채록 자서전 ‘내 인생 갈대 호드기’다.

이 책은 청주 강서2동 까치내 출생(1953년)인 정영권 한국갈대호드기·갈대피리 연구보존회 원장의 기억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정 원장은 갈대호드기라는 전통악기를 60년 간 고집스럽게 맥을 이어오고 있는 호드기 장인이다. 호드기는 길이 27cm, 울림통 지름 0.5cm 안팎의 관악기로 서민의 애환을 달랬던 대표적인 놀잇감이자, 악기였다.

정 원장의 구술은 나영순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운동 지도강사가 옮겼다.

이 책에서 정 원장은 까치내의 특산품인 갈대가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했다.

그는 "놀잇감이 귀하던 시절 봄에 물오른 버드나무의 가지를 비틀어 뽑은 껍질로 호드기를 만들어 불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로부터 갈대호드기 제조와 연주를 전수받아 청주의 전통문화유산 계승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는 유래를 찾기 힘든, 오로지 청주 까치내에서만 볼 수 있는 갈대피리와 호드기가 전승되어 맥을 잇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갈대피리와 호드기가 사라질까 안타깝고 두렵다"고 우려했다.

까치내를 생태환경적으로 보존하고 복원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정 원장은 이 책에서 1960년대 이전까지는 까치내와 팔결다리에 이르는 미호천은 깨끗한 모래톱과 맑은 물이 흐르는 중부권 최대 철새 서식지라고 구술했다. 그러나 대청댐과 작천보가 설치되고 4대강 사업의 여파로 늪지와 갈대 군락지가 유실되고 현재는 그 일부만 남아있는 실정이라고 기억했다.

정 원장은 "까치내에 대한 전통적 가치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합수머리 까치내의 생태 환경보전 및 발전 방향에 대한 학문적 연구 및 체계적인 보존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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