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보령시장

과거 보령의 여름은 장항선 열차나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서해안을 대표하는 대천해수욕장과 서해안 최초 개장한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젊음을 만끽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어 경제성장과 더불어 자가용이 널리 보급되고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면서 서해안은 충청권 주민들에게 소외되기 시작했고 수도권 사람들은 교통 접근성이 좋은 남해나 동해로 발길을 돌려 보령의 추억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전국의 3대 해수욕장인 해운대와 경포대는 인근 도시의 발달로 도로 등 기반 시설이 강화되어 관광객의 이용이 편리해졌으나 대천해수욕장 등 서해안은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호남권 관광객 유입 여건은 마련됐지만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지난 30여 년간 큰 변화가 없다.

지난 2009년 5월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와 공주~서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었으나 오히려 보령은 육지 속의 섬이라는 오명이 더해졌고 대전~보령까지 직선도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1년 대한민국 최장 해저터널이며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이 섬과 바다를 연결하면서 국도 77호선의 큰 퍼즐이 끼워졌다. 사통팔달 보령으로 가는 큰 축이 하나 더해진 것이다.

시는 이를 구름판 삼아 우리가 가진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원산도를 중심으로 5개의 섬 자원을 활용한 신(新)해양관광벨트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 추진에 한창이다. 서해안 최대의 해양관광단지인 원산도 관광단지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9월 기공식을 개최했고 섬과 섬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관광 케이블카도 현재 도시 관리 계획심의를 진행하는 등 대규모 사업들이 서해안에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도로와 철도는 인체로 보면 핏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며 문화관광, 해양레저 밑바탕에는 원활한 교통이 필요하다"라며 관광 개발 사업의 중요성과 더불어 교통망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충청권 주민들에게 서해안을 가깝지만 찾기 힘들고 가보고 싶지만 교통이 불편해 쉽사리 발길을 두지 않는 곳으로 남겨둘 수는 없기에 내륙과 서해안의 교통망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요구된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 장관과 충청지역 자치단체장이 참석한 국토교통부~충청권 지역발전협의회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기반 구축을 위한 교통망 확충을 위한 충청권 순환 서해대전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국가계획 수정과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요청했다. 보령~대전~보은 고속도로가 정부 10개년 계획인 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에 반영된 만큼 조속히 사업을 추진한다면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내륙지역의 서해안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해 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라는 한 드라마의 독백처럼 지금 당장 길이 없다고 해서 길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리 보령은 서해안 바다에 묻힌 머드라는 진주를 발견해 일찍이 보령머드축제를 글로벌 축제로 성장시켰고 지혜롭고 창의적인 노력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며 26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축제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그 첫 결실로 보령해양머드박람회를 개최해 머드와 해양관광의 큰 미래도 내다봤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들의 꿈과 노력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길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며 그 길을 통해 모두에게 보령의 바다와 섬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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