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례 농협세종교육원 교수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처음으로 버림받는 세대를 줄여 ‘마처족’이라 부른다. 일터에서는 선배에게 무조건적 복종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MZ세대에게는 꼰대라고 불리며 눈치를 보아야 하는 세대다.

50대는 인생의 부정적인 측면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시기로 이전과 다른 삶을 재정립하지 못하면 부정적 변화가 가득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응 장애나 우울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면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으면서 마처족의 부모는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고, 그들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하는 중년은 100세 쇼크도 아닌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는 말을 받아들이며 돈 없고 병들고 외로운 삶을 예약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자녀가 인생의 전부였기에 노후는 뒷전이었던 중년의 삶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학업에 열중하던 자녀는 졸업 후 취업은커녕 집을 지키고, 50~60대의 부모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78명으로 떨어졌고, 출산율 0%대의 쇼크는 국가 소멸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지역소멸은 이미 오래전 전국 각지에서 시작되었고, 나고 자란 마을은 폐가가 하나 둘 늘어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꼰대 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퇴직을 앞둔 50대는 슬프다.

젊은 청춘이 알아주지 않아 슬프고 부모세대에게 돌봄을 강요당해 슬프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에게 올인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슬픈 마처족인 것이다.

텔로미어, 크리스퍼카스나인 등 수명연장 프로젝트는 지속되고 있지만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슬픈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현명한 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는 힘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정년을 앞둔 마처족이 불안하지 않도록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력이 있어야 누리는 삶이 아닌 협동으로 이루는 삶을 실천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버려지는 마을이 치유의 마을이 되고 돌봄의 서비스가 존재하면 위기의 노년이 상생의 삶이 될 수 있고 소멸위기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사각 콘크리트로 뒤덮힌 요양병원이 마지막 목적지가 되어선 안된다.

자연치유마을, 케어팜 등을 통해 협동의 삶을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다. 그리고 생애주기에 맞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개인의 삶이 힘겨웠더라도 함께 협동하며 희망을 현실로 마주하는 마처족의 삶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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