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현 ETRI 지식재산관리실 실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특허경영에 기업의 사활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7년 특허분쟁은 기업의 지식재산 경영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를 계기로 특허가 연구개발(R&D)의 단순 결과물이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연구기관으로서 특허경영에 일찍이 관심을 기울여 2004년에 기관 차원의 특허경영 전략을 도입한 바 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개발성과가 핸드폰 상용화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외화 기술료 수입을 벌어들인 경험도 특허경영 전략의 도입을 앞당긴 계기가 됐다. 이후 20여년 간의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전문화’, ‘글로벌화’, ‘고객중심’, ‘지속성장’이라는 각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섯 차례 지식재산(IP) 경영전략을 고도화했다. 최근에는 기관의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전략을 뒷받침하는 인공지능(AI) 특허경영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이러한 특허경영전략을 기반으로 우수한 지식재산의 창출과 활용을 위해 연구원은 부단히 노력해 왔다. 기관의 보유특허를 심도있게 분석하여 핵심특허 포트폴리오를 발굴 및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특허 라이센싱을 통해 막대한 해외 기술료를 거두고 있다. 국제표준 특허풀(POOL)과 같은 국제협력 기반 개방형 공동 라이센싱 활동도 꾸준히 수행 중이다.

이러한 중·장기적 특허경영전략의 수립 및 시행 덕분에 연구원은 지난 2020년 유럽특허청으로부터 전 세계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특허역량이 최고 우수한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의 경쟁에서 특허부문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외에도 2021년 특허청에서 발표한 3대 국제표준화기구(ISO/IEC/ITU) 표준특허 확보 순위에서 세계 5위라는 표준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이러한 지식재산 경영성과에 힘입어 연구원의 누적 기술료 규모는 지난 2021년에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세계 주요 국가들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가치와 지식재산 경영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소속으로 되어있는 연구원의 비전답게 ‘디지털 혁신으로 행복한 미래세상을 만드는 기술 선구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미래의 핵심원천 지식재산을 확보하는 지식재산 경영 선구자가 되어 국가의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연구원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6G),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사이버보안, 첨단로봇·제조, 양자기술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해서 지식재산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핵심원천 지식재산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을 실행해 미래의 핵심원천 특허를 다수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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