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광 서청주농협조합장

추석을 앞둔 농심은 불안하기만 하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가을 햇살에 푸르렀던 들녘은 하루하루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예년에 비해 길었던 장마와 폭염으로 힘들었던 농민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벼흑명나방으로 인하여 일 년의 농사가 망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유래 없는 벼 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농민은 올해엔 수확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농업의 현실은 풍년이 들어도, 수확량이 감소해도 걱정해야 하는 마치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다.

농협이 운영하는 RPC도 지난해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만큼 큰 손실을 입으며 많은 농협들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RPC의 손실은 부실한 경영에서 발생되기 보다는 농업인의 적정한 농업소득을 보장하기 위하여 농협이 수매하는 수매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원인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이 계속된다면 결국 농협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어 결국 우리 농업의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현실이다.

그나마 정부가 공공비축미와 별도로 45만t의 시장격리를 통하여 쌀의 유통물량을 조절하면서 올해 5월 이후에는 상승세로 전환되어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쌀값이 80㎏ 1가마 기준 20만원에 근접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쌀값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농민과 농협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정부가 혹여 격리한 쌀을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장에 방출하거나,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하여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앞으로도 쌀값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량주권과 국민 생명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결단과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쌀값이 예측 가능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소비되는 적정량의 쌀이 생산될 수 있도록 대체작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다수확계 품종보다는 고품질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한 생산을 지원하며 과잉생산 시 정부의 적절한 시장격리를 제도화하고 소비를 늘리기 위하여 쌀 가공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과감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쌀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시장에서 소비를 증대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은 좀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타 작물로 전환하고 있는 대표 품목인 콩이나 밀은 소요 인력이나 경비에 비하여 낮은 농업소득으로 인하여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 대체작물로 전환하여도 안정적인 농업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줄어든 쌀 소비량을 확대 할 수 있도록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루 쌀 생산을 늘리고 쌀을 이용한 가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농협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R&D투자와 생산시설 지원이 필요하다. 긴 장마와 폭염을 견디며 풍년농사를 기대하는 농민의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 그리고 농협과 농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가을철 수확기 농작업 중 안전사고 없이 철저한 병해충 예찰 및 관리를 통해 풍요롭고 넉넉한 황금들녘이 되기를 고대하며, 농민들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계절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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