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평생교육원장

젊은 날 그렸던 나의 그림과 마주했다.

내가 잊고 있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내가 내게 놀랬다.

잠시 시간여행을 한다.

벌곡 작업실에는 그림을 보관해 두는 수장고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난 장마로 혹시나 하는 염려에 들어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빗물이 세고 있었다.

이참에 보수를 하고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수장고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그림과 자료들을 모두 끄집어내어서 정리를 했다. 발가 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온전한 그 젊은 날 시절로 돌아가본다.

수많은 길들이 내게 펼쳐졌지만 그럼에도 무던히 지켜왔었기에 잘못된 선택은 없었다. 내가 이겨내야 했던 시간들의 축적이 수장고 안에서 오랜 시간 견뎌내 주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수장고에 있는 그림들을 보살펴봐 줘야 하는데 내 무심함에 미안해진다. 인생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는데 내 젊은 날의 그림들과 마주하니 처절하리만치 치열하게 살았구나 싶어 위로를 보내고 싶다.

시간은 나의 얼굴을 밟고 지나가고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도 어린 시절 소나기 같았던 마음은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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