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 "3년 후 건물을 매각해 노후를 대비하려고 합니다. 다만 한 점포가 현재 공실이라 3년까지만 세입자를 받아 임대료 수입을 얻고 싶습니다. 때문에 세입자와 계약 시 제소전화해를 통해 3년 이후로는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으려고 합니다."

제소전화해를 할 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입자의 권리를 막으려는 건물주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강행규정으로 보호되는 세입자의 권리는 함부로 막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상가나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의 갱신요구건을 정당하지 못한 사유로 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상가 임대차에서는 갱신요구권을 애초부터 사용할 수 없게 제소전화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은 제소전화해로도 함부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제소전화해 조서는 당사자 간 합의를 기반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원리와 특징이 있다. 문제는 건물주들이 이러한 점을 악용해 세입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사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에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은 건물주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약정이 있다 해도 그 효력보다 앞선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임법 제15조(강행규정) - ‘이 법의 규정된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따라서 당사자 간 어떠한 합의가 있었더라도 법률상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제한하는 제소전화해 조서는 넣을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제소전화해 조서가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데, 갱신요구권을 제한하는 조서는 기각이나 보정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제소전화해 조서를 이를 막으려 한다면 갱신요구권과 마찬가지로 위법의 소지가 있다.

세입자의 위법행위에 따라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를 제한할 순 있다. 다만 아직 세입자가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음에도 제소전화해 조서로 미리 권리를 제한한다는 건 법률상 정당하지 못한 행위다. 따라서 건물주는 제소전화해 조서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이나 권리금회수 기회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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