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 원장

보육교사를 책임지는 기관장이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오늘의 기고문을 전한다.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읽는 것뿐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이나 마음을 나눌 때 좋아하는 시의 글귀를 대신하기도 한다. 신입 직원들과의 첫 만남 때도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글로 환영의 말을 전했다.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글의 자유로움만큼이나 해석의 다양성에 있다. 글은 누구든 똑같이 읽지만 의미를 해석하는 건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다.

시란 무엇인가? 라고 한 번쯤 생각할 때 이어령 선생이 쓴 ‘거시기 머시기’란 책에서 답이 아닌 답을 읽었다. "인생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막연한 질문에 "네가 한번 살아봐"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시를 써보라고 했다. 해당 책에 다른 시인도 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담론이나 정의를 쉽게 할 수 없는 민감한 질문’이라고 답한다.

정의를 쉽게 할 수 없는 만큼 오히려 ‘자유로움’이 있어 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뉴스를 보면서 어떻게 말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표현할 수가 없어 그저 가슴 아래로 뭔가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 그런 상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시’만큼이나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김춘수의 <꽃>으로 대신 전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초등교사가 겪은 어려움을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 전까지 우리는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지 못했다.

세상이 하나, 둘 교사 생활의 어려움을 말할 때, 유명을 달리한 이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꽃이 되었다.

사람들이 교사의 어려움을 말해준 것처럼 나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사람으로서 그를 위한 꽃이 되고 싶다. 남은 이들은 떠난 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유명을 달리한 대전 지역 초등학교 교사의 명복을 많은 이들과 함께 마음 깊숙이 빕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