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하(1943~ )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펌프는 샘솟아 오른다.
그렇다. 그대를 기다리는
나의 조금의 눈물도 그렇다.
건드리지 말라고
몸부림치는 지하수들은
아예 눈물지어 깊이 흐른다.
고작 한 방울의 식염수로
울컥 이는 펌프처럼
나의 갈망을 전언하면
넘치는 샘의 시린 줄기는
쇠 가슴 가득
아린 눈물 쏟는다.

우리 가슴 가득 괴인 눈물도 절대 그냥 넘치지 않는다. 그대와 나 사이 그리움 한 오라기 스쳐 지날 때 눈물 둑은 터진다. 나는 그것을 저 서해 갯벌에 가서 썰물 보고 알았다. 서해. 그곳은 젊은 날 내 가파른 심사 달려가 닿곤 하던 곳. 주체할 수 없는 파도의 열정과 몸부림 어쩌지 못해 휘청거릴 때. 수많은 파도의 숨결 꺼지자 바닷물 잦아 방조제 안쪽 출렁대던 물도 바닥을 보인다. 파도가 쓸고 어르며 껴안고 뒹굴다 싫증 날 즈음. 바닷물 빠져나간 갯가에 하늘 알몸으로 눕는다. 거기 빈 뻘은 젖은 채 둑 안쪽 우물 끝내 바닥을 쳤다.

세상의 이치 모두 그러한 것. 언젠가 온 그리움 썰물 되어 빠지고 마른 바닥 모로 눕는다. 그대 향한 내 기다림 더 없이 높은 곳. 깊은 그곳으로 쏠리어 닿는다. 그곳의 작은 풀잎 하나도 바람에 닿으면. 바람 스민 잎사귀 하나에 그대 눈빛 깊어진다. 어두운 밤 별빛 내려와 쌓인다. 그것은 그대와 나 사이를 잇는 마음 길. 그것은 그대가 내게 쏟는 마중물. 내가 그대에게 퍼붓는 마중물. 그렇다. 이 세상 우물은 모두 누군가의 마중물 기다리는 중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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