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철 사회교육부장

제8대 청주시의회가 출범한지 벌써 8개월째다. 시의회가 출범할 당시 대폭적인 물갈이로 인해 좀더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다. 초선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했고 연령대도 젊어졌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에는 초선의원들이 많아서 실수도 할 수 있었기에 다소 미숙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로운 얼굴들로 포진된 시의회가 의정활동을 해온 면면이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 못하고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이런한 구태는 부족한 정보화마인드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출범초기에 초선의원들에게 노트북이 지급됐다. 재선의원들까지도 노트북을 새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초선이나 재선이나 의정활동에 활용하기 위해서 노트북을 지급받은 것이다. 하지만 행정사무감사는 물론 정기회 및 임시회에서 노트북을 놓고 자료를 찾아가며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상임위나 본회의석상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지만 어떻게 26명의 의원들이 1~2명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노트북을 지참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의원들에게 지급된 노트북은 자신의 집 또는 사무실에 모셔두라고 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적어도 한번쯤은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노트북을 지급하면서까지 불필요한 서류를 없애고 사이버상에서 집행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의원들이 이러한 컴퓨터 활용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디지털시대가 심화돼 가면서 종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웬만한 공공기관에서는 전자결재가 보편화돼 가고 있는 시대다. 이러한 사회변화의 패러다임에 대비해서 의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정보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써 가면서 비싼 노트북을 지급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해야할 의원들은 전혀 의식조차 하지못하고는 것이다.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이 같은 정보화 마인드는 최근 종이없는 회의를 선언한 음성군의회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음성군의회는 지난달 20일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종이 없이 회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군의회는 간담회 전에 집행부로부터 관련서류를 이메일로 받아 검토한후 회의석상에서는 노트북을 이용해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서류를 사이버상에서 주고 받아 예산절감은 물론 행정력 낭비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군의회도 정보화시대에 맞게 새로운 의정활동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데도 불구 충북의 수구도시 기초의원들은 아직도 집행부에 기존에 하던 관행대로 종이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젊은층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컴퓨터와 통신이 융합된 인터넷문화에서 발전적인 시정업무를 감시하고 이끌어주어야할 시의회 의원들이 벗어나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때 어느 의원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할 줄 모르니 팩스를 지급해줄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의원들 중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정말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의원들이 있다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구입해 지급한 노트북은 집에서 먼지가 쌓이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나이가 많거나 그동안 컴퓨터 문화에 접할 기회가 없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바뀌고 있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개인적 또는 의회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시정을 다룰수 있겠는가. 얼마전 시의회가 많은 돈을 들여 제주도에서 의원연찬회를 가졌다. 단합대회겸 연찬회라고 하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회합이다. 그러나 연찬회라는 것이 결국 의정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적능력향상을 위한 것이 아닌가. 당장 갖추어진 여건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배양부터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적어도 집행부 공무원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의원이 되어서는 안된는 것은 의원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기에 이제라도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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