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무더운 여름은 가고 가을이 왔다.

‘마을교육과정을 그리다’에 따르면 스웨덴에는 ‘라곰(lagom)’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있다. ‘라곰(lagom)’은 스웨덴어로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을 뜻하는 말이다.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을 일컫는다.

‘라곰’은 ‘무리’라는 뜻의 ‘lag’.

‘둘레에’라는 뜻의 ‘om’이 합성된 단어이다.

그러니 함께한다는 느낌 또는 사회적 결속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사회적 결속력은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개념이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안녕과 복지에도 투철한 것이 문화적, 정치적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언어는 곧 삶의 방식이다.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언어에 맞는 삶의 방식대로 산다는 의미다. 그래서 ‘라곰’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1~17일 진행된 2023 대전 0시 축제는 지역 사회 영향을 고려할 때, 메가이벤트에 가깝다. 메가이벤트는 방문자 수나 투입되는 비용, 인프라 구축과 인구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이 통상적인 행사와 구분되는 수준의 대형 행사를 지칭하기 위해 관광학이나 스포츠경영학에서 쓰는 용어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침체된 분위기를 바뀌면서 100만명 이상 관람했다고 한다. 성공적이라는 호평이다. 그러나 이후에 같이 생각해야 할 의견을 종합하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이 정체성 확립이다.

왜 0시 축제인지? 0시를 상징하는 콘텐츠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행사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대전시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거의 없었다.

사실상 주관 기획사들의 백화점식 이벤트에 일부 지역 업체와 프리마켓 그리고 누들축제 등 먹거리존, 거리 버스킹, 관내 대학들의 백화점식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인다.

이는 통상적인 축제 만들기와 거리가 너무 멀다. 누가 어떻게 참여했고,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논의했는지 잘 모른다.

테미오래, 헤레디움, 소제 관사촌, 주변 소극장 등 원도심의 다양한 문화시설과 콘텐츠와 연계 방안은 많이 미흡했다.

이제라도 축제 평가부터 지역 문화단체와 예술가, 원도심 시민과 상인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러 이해 혹은 관심 계층이의 참여가 없다면 그들만의 리그가 돼 시장이 바뀔 때마다 축제가 없어지거나 축소, 변질되면서 정체성과 지속성을 얻기 어렵다.

중앙로 특설무대 등 여러 곳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의 무대에 관객으로 호명된 시민들이 파도처럼 휩쓸려 흘러가고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축제가 아니라 관광객 유치가 목표라고도 한다.

라곰처럼 시내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뜻을 모아서 천천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작지만 조용한 그러나 즐거운 그리고 일상이 축제인 그런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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