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소멸, 이제는 낯설지 않은 말이다. 지방소멸이란 저출생과 고령화 등으로 인해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고 쇠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소멸위기 지역을 선정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인구가 감소하지 않도록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국가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합계출산율도 2000년 1.48명에서 2022년에는 0.78명까지 하락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인구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주체의 설정과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저출생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합계출산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의 징조를 보였으나 정부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펴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양한 인구정책, 예를 들어 출산장려금, 육아수당, 청년수당 지급 등 각종 현금성 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왔으나 출생율을 높이고 인구감소를 억제하는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인구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의 집행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현금성 수당 이외에는 없었으나 애당초 인구감소의 억제가 현금성 수당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수립해 부모의 경력단절, 보육과 관련한 금전문제 등을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였던 것이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각각의 특성이 반영된 매력적인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도심, 신도심, 도농복합, 농산어촌, 공업지역, 주거중심지 등 각각의 지방자치단체가 놓여 있는 사회·경제·지리적 여건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똑같은 인구 피라미드 구조를 그릴 필요가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

상업이 활성화된 지역, 인구는 적지만 쾌적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지역, 노인이 살기 좋은 실버도시, 젊은 노동력이 많은 산업도시 등 인구 피라미드 구조는 다를지라도 각자의 매력을 보유한 지역이 된다면 지방은 소멸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새로이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출하는 투자계획서를 평가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차등을 두어 기금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평가의 수단이 아닌 진정한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지역에 똑같이 사람이 살 수도, 살 필요도 없다. 어딘가는 거주하기 좋은 곳 그리고 어딘가는 잠시 머물며 즐기기 좋은 곳이 된다면 지역이 살고 나아가 대한민국은 소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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