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각종 매체서 조현병-강력범죄 연관성 과도하게 부각돼 선입견 생겨"
환자 가족 "조현병 환자 얘기하면 걱정해주기도 하지만 거리 두는 사람 더 많아"

정신건강의학과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정신건강의학과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자택 근처에서 산책을 하던 중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신체 일부를 세게 맞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A씨는 "누군가가 등을 강하게 때려 놀라 뒤돌아보니 모르는 여성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나를 노려봤다"며 "너무 놀라서 두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도 ‘이게 말로만 듣던 조현병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가 마주친 사람이 실제 조현병 환자였는지 그 밖의 다른 질병·장애 보유자였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조현병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2000년대 들어 각종 매체를 통해 조현병과 강력범죄 간 연관성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조현병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병’이라는 선입견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통계상으로 전체 범죄 중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사건의 비율은 0.04%에 불과한데도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그릇된 인식이 여전한 실정이다.

이 같은 낙인은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매번 큰 상처를 남긴다.

충남 모처에서 조현병을 앓는 가족과 동거 중이라는 이모(31) 씨는 "부모님이 조현병 환자라는 이야기를 하면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시선도 있지만, 급하게 거리를 두려는 사람이 더 많다"며 "어머니는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문제없이 지내고 계시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사건이 보도되거나 비슷한 드라마·영화를 접할 때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들은 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전문 기관에서 맞춤형 돌봄을 받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창섭 대전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조현병 환자들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영위함과 동시에 사회 적응을 위한 훈련·생활지도를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현병에 따라붙는 여러 부정적 수식어들은 환자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재활시설로 오게 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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