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날씨는 스포츠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다.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팀이 등장하기도 한다. 요즈음처럼 장마 기간에 비가 오면 실외스포츠 경기는 당연히 취소되거나 연기된다. 이를 우천순연이라 한다. 선수들의 안전과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라도 스포츠와 우천순연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경기의 진행은 비의 양과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종목에 따라서도 전개되는 양상이 다르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지금까지 비로 인한 우천순연은 많지 않다. 태풍이나 경기장이 물에 잠기지 않은 한, 경기 스타일과 전술을 조정하여 대부분 진행되었다. 야구에 비해 경기 시간이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경기장 시설의 발전도 한몫했다. 축구에서의 수중전은 승리의 예측성을 낮추면서 재미를 더 주기도 한다.

반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프로야구는 장맛비가 계속되면서 올해만 벌써 40게임 이상이 우천으로 취소되었다. 적은 비의 양으로도 경기력과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목이 야구이기 때문이다. 비는 선수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내야 베이스 근처, 투수 마운드, 홈 플레이트 등의 흙을 미끄럽게 만들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만큼 위험하다. 야구라는 종목은 다른 경기종목에 비해서 흙이 많은 것도 우천순연이 많은 이유가 된다.

우천순연으로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장마 기간의 팀 성적은 극과 극이다. 연승과 연패가 있는가 하면 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화하기도 한다. 각 팀에 자극제로써 또는 팀을 재정비하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도 된다. 이처럼 똑같은 우천순연이지만 누군가에겐 희망의 시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아쉬움의 시간이 된다. 팀의 리더 역할에 따라 극복의 방식도 다르게 나타나고,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도 비가 내리면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 무리하게 삶의 여정을 경주하다 보면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주위의 시선이나 주변 환경에 이끌려 가면 본의 아니게 오판을 경험할 수 있다. 요즈음 대학가도 장마 기간처럼 힘든 시간이다. 학령인구의 감소, 수도권 정원의 확대, 대학 통합 논의 등 다양한 이슈와 문제가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성과와 문제 극복도 시급한 과제이지만 교육에 대한 접근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즉흥적일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후세대에 돌아간다. 우천순연은 단순히 경기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경기에 대한 그리움이자 희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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