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韓, 지난 해 출산율 0.7명대 추락, OECD ‘꼴찌’…사망자 역대 최대 ‘초고속 인구 자연감소’. 인구통계에 대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15년간 280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투입의 결과이니 암담하기 짝이 없다.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던데, 참 신기한 노릇이다.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을 공들인 일인데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가 있단 말인가?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인데,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차원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첫째는 점점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의 문제다. 이것들의 출발은 돈이고,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직장이 필요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스펙이 필요하고,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결혼이 늦어지고, 늦은 출산은 당연하고 둘째는 낳을 생각도 못한다. 둘째는 맞벌이가 불가능한 사회구조다. 육아휴직 1년 쓰는 게 자유로운 곳은 공직사회 밖에 없다. 매년 어린이 집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터지다 보니 어린이 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회사 가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셋째, 청년인구의 수도권 편중분포 문제다."둥지가 있어야 새끼를 치지……."라는 말이 있다. 높은 집값과 경쟁심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 결혼하겠다는 의혹이 크지 않고 출산은 엄두도 못낸다. 마지막으로 변화된 가치관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삶의 질이나 업무와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출산 욕구가 줄어든 탓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정부정책의 변화 즉, 출산기본소득제 개념을 도입해 국가가 다 키운다는 확고한 국정운영철학이 필요하다. ‘찔끔찔끔 여기저기 지원방식’으론 안된다. ‘자녀 1명당 2억원 지원, 2명 이상 낳으면 군대 면제와 공공기관 일자리 제공 등 이제부터 낳기만 하면 정부가 키운다’ 이 정도는 돼야 반응을 한다. 예산은 모두 지방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둘째로 교육정책에 대한 큰 변화가 필요하다. 공교육 붕괴와 높은 사교육비,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 이제 양보다는 질을 추구할 때이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때이다. 왜 공부에 소질이 없는데 모두가 대학입시에 목을 매야 하는지 그 허상과 진실을 규명할 때가 됐다. 셋째, 강력한 지방분권과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할 일은 결국 살기 좋고 기회가 많은 지방을 만드는 것인데,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정책들이 많아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수도권공공기관 2차 이전. 확실하고 신속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이 밖에도 이민정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소멸될 것인가? 공존할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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