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사망자 수 20명. 이는 지난해 대전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이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9명이나 증가했다. 전국적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874명으로 전년 대비 46명(5.6%)이나 증가했다. 이는 근로자 1만명당 0.43명이 사망한 것으로 OECD 38개국 중에서 최고치 수준이다.

왜 우리는 아직도 산업안전 후진국일까?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압축성장으로 인한 안전 의식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초고속으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쳐 세계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초고속 성장 과정에서 생겨난 생산제일 문화와 빨리빨리 문화는 안전을 등한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안전에 대한 의식은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산업안전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도달에는 오랜 역사와 교훈이 숨겨져 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영국에서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근로자들은 경제 성장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생소한 굴뚝청소업이 대표적 사례다. 굴뚝 청소에는 주로 5~14세의 아동이 투입됐는데 청소 중 공기가 통하지 않아 질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의식 변화를 토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산업안전 국가로 발전했다.

그런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안전관리 역사는 이제 겨우 50~60년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나 성숙한 국민의식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은 부끄러운 형편이다. 산업안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산업 현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많은 산업재해가 안전수칙 미준수, 무관심과 부주의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50~60%가 기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추락, 끼임, 부딪힘 등의 사고였다는 통계 자료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우리 시에서는 의식 개선을 통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안전 관련 조례를 전면 개정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산업재해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제 하반기부터는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안전보건지킴이, 소규모 사업장 위험성 컨설팅 등 각종 재해예방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 개선 사업은 단순히 대전시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와 대전시가 제도·의식 개선에 힘쓰고 근로자, 사업주, 시민이 함께 참여한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7월 3일은 산업안전보건의 날이다. 근로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산업재해 제로 도시를 꿈꿔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