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수능은 ‘싸움’이다. 기본적으로 수험생 간의 싸움이다. 수능은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을 제외하고 모두 ‘상대평가’다. 다른 누군가의 점수보다 높아야 유리하다. 1개라도 더 맞춰야 올라간다. 수능은 수험생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재능이 뛰어난들 노력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긴 수험생 시절을 버틸 ‘끈기’가 필요하다. ‘시간 분배’도 잘해야 한다. ‘컨디션 관리’도 필수다. 이 ‘싸움의 연속’ 같은 수능에 이젠 어른들까지 싸운다. 지금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싸우고 있다.

☞불씨는 대통령 입에서 던져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의 수능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모두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한다면 하는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 방향이 된다. 그냥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없다. 이번 말도 그러했다.

☞파급력은 역시나 컸다. 여당과 야당은 싸우기 시작했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교육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취지’는 틀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수능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알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에 따라 성적이 갈려선 안된다. 돈 ‘있는 것’이 ‘아는 것’이 돼선 안된다. 현재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전 수능 출제위원이 킬러 문항을 판다. 학원들은 그렇게 킬러 문항 사업으로 돈을 번다. 이런 부분들을 포함해 사교육비는 뛰었고 공교육은 넘어졌다. 학교보다 학원이 우선이 됐다. 윤 대통령의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급했다. ‘시기’가 문제였다. 현재 수능이 5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좋은 변화도 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과정 없이 너무나 급작스럽다. 수능 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면 변별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모두가 쉬운 ‘물수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1문제로 당락이 좌우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시킨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고교들은 입시 경쟁 즉, 사교육 과열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목적은 공감한다. 다만 혼란을 막는 제대로 된 개혁안이 필요해 보인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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