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퇴거를 요구하자 세입자는 계약 종료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저의 요구가 부당하다 맞서고 있다는 겁니다. 법 절차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세입자가 명도의무(건물주에게 건물을 반환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아 마음고생 하는 건물주들이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명도에 대한 합의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명도소송은 세입자의 명도의무 위반으로 인해 제기하는 소송이므로 건물주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유리한 소송이라도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전 증거자료의 종류와 특징을 파악하고 실제 법원에서 사용되는 증거를 숙지해 두는 게 좋다.

명도소송이란 계약이 해지됐음에도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주가 건물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명도소송에 필요한 증거자료의 특징은 당사자 간 의사전달에 관한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 당사자 간 의사전달이 법적으로 강력한 효력을 지니기 때문.

의사전달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증거자료의 종류에는 내용증명을 들 수 있다.

반면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사전달 증거 종류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증거를 채택할 경우 주의사항도 있다. 먼저 통화녹취의 경우 특정인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골라 녹음하는 것은 실제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기가 힘들다. 또 메시지 형태의 증거는 상대방이 답변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명도소송의 증거는 상황에 따라서도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세입자에게 명도의무가 발생하려는 상황이 대표적. 즉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물론 계약 종료 조건이 명시된 임대차 계약서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지만, 계약서에 명시된 명도 기간은 경우에 따라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가령 계약 종료를 앞뒀는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 종료나 갱신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면 계약 종료가 아닌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이 된다. 이 경우 건물주나 집주인이 뒤늦게 계약해지를 주장하며, 명도소송을 제기한다면 법률상 명도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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