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아우슈비츠에도 밝은 아침 태양이 떴다. 이른 아침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가까워질수록 학생들과 교사들의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다. 정문을 지나 제1수용소가 가까워지자 모두의 가슴에서 탄식이 묻어 나온다. 지난 6월 2~10일까지 7박 9일간 독일, 폴란드, 체코 일대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역사·평화·통일·인권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외체험 연수를 다녀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슈타지 박물관, 베를린 장벽,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등을 방문해 독일의 역사 청산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권과 통일의식을 함양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하면 자유롭게 된다(ARBEIT MACHT FREI)’

언뜻 보면 유창한 진리를 담은 문장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 속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당한 약 600만명 희생자의 슬픔이 담겨 있다. 나치는 전쟁 말기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며 유대인 대학살을 저질렀다. 수백 개의 방으로 조성된 박물관에는 학살당했던 유대인의 안경, 신발,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고 칫솔, 아기 우유병도 볼 수 있었다. 시체 소각장에서 나온 머리카락이 2t이나 된다니 체험단 모두는 이곳에서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많은 영토와 모든 식민지를 잃기도 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잔혹한 역사를 가졌다.

하지만 현재 독일은 유럽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 속한다. 자동차와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세계 3위의 수출국가이고,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 세계 4위의 강대국이다. 또 노벨상 수상자 세계 3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한 독일은 수많은 희생으로 세워진 가혹한 역사 위에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떻게 현재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

1945년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으나 전쟁의 후유증은 컸다. 뉘른베르크의 전범재판소에서는 나치 독일 전범과 유대인 학살 관련자에 대한 국제 군사 재판에서는 범죄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추궁했다. 끝없는 반성, 참회로 독일은 전 세계 앞에 무릎을 꿇고 반인류적인 행위를 스스로 규탄했다. 1945년 7월 26일 포츠담 선언이 발표 이후 독일은 베를린 장벽 아래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는 불운을 겪는다. 하지만 국민의 염원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1990년 10월 3일 하나의 국가로 통일한다. 참회와 반성이 있었기에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재기에 성공한 것이리라.

1997년 로베르트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가족이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공포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귀도’는 공포에 휩싸인 어린 아들 ‘조슈에’를 안심시키기 위해 전쟁 상황을 게임으로 설명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전쟁의 황폐함과 공포, 잔인한 나치의 학살장에서 ‘귀도’는 인간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이겨내는 것은 사랑과 희생임을,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이들과 독일 프리드리히 베르기우스 학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립적 판단을 강조하는 보이텔스 바흐 협약에 따른 통일과 인권, 민주교육 등 교육과정을 체험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충남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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