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녹영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예전에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을 방문하다 보면,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익이 적으니 기업 경쟁력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수한 기업들은 기술력과 생산력 향상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을 해왔다. 하지만 원재료의 비중의 높은 기업은 한계가 있다. 특히 작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원유, 곡물 등 많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런 기업에게 납품가격을 반영해 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결국은 납품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불안정해지면, 납품받는 위탁기업의 경쟁력도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요즘 대기업의 경쟁력은 납품하는 기업이 얼마나 좋은 부품 등을 공급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만큼 납품기업,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기업 성장의 선순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납품단가 연동제이다. 중소기업계는 2008년부터 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을 요청해 왔지만, 14년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과 힘을 합쳐 법제화를 추진했고, 마침내 2022년 12월 8일 납품대금 연동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14년간 이어져 온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행이 다음달, 의무화에 관련된 것은 10월에 시행된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거래를 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자동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주요 원재료와 조정 요건을 정하고, 약정서에 기재해 수탁기업에 발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기업 간 자율적인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만약 위탁기업이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납품단가 연동제 적용을 피하거나 약정 내용을 위반할 경우에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위탁기업의 지위에 설 때는 그 적용대상이 된다. 대기업들은 알아서 잘 준비하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제도의 이름만 들었을 뿐, 피상적으로 생각하며 미처 자신이 적용대상이라는 것을 잊고 준비에 소홀히 할 수 있으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법제화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기업간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 많은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산고를 넘어서 제도화된 만큼, 안착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정부·대기업·중소기업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첫째, 제도의 홍보와 설명회를 진행해기업들의 인식과 참여를 높이고 있다. 둘째, 관련 정보와 자료를 중소벤처24 홈페이지에 게시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동행기업 가입 캠페인을 통해 제도 시행 전부터 안착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시범 운영을 통해 기업들에게 모범사례와 성공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참여기업에게 정책자금 지원 한도를 확대하는 등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국민의 의료보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듯이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공정한 상생의 거래문화를 대한민국에 정착시킬 초석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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