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서구청장

"독립군 수는 셀 수가 없어. 왠지 알아?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군 전쟁을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의 명대사다. 당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설움과 투쟁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대사에서처럼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는 무수히 많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분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다시금 되짚어 본다. 지난달 기준 정부로부터 독립운동가 포상을 받은 사람은 1만 7748명에 달한다. 이처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이들의 희생이 쌓여 이뤄낸 역사임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 그것이 호국보훈의 달이 가진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은 더욱 특별하다. 국가보훈처가 창설된 지 62년 만에 국가보훈부로 승격되기 때문이다. 장관 자격으로 법률안을 제출할 권한이 생기고, 자체 보훈부령 발령으로 지자체 협조도 수월해진다. 국가보훈에 대한 위상 제고와 유공자 처우 개선으로 과거에 보답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도약하는 국가 보훈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보훈 가족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대전 서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이들이 더욱 예우받을 수 있도록 보훈 가족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서구의 11개 보훈단체와 보훈회관 지원금으로 대전 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2억 77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11개 보훈단체의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하고, 이들 보훈단체가 입주해 있는 보훈회관은 구에서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하고 있는 각종 수당에 대해서도 지원 폭을 넓혔다.

올해 1월부터 보훈수당에 대한 구비·시비 예산을 인상해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은 월 15만 원, 참전유공자 배우자수당 월 8만 원, 보훈예우수당 월 8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보훈예우수당 대상자도 대폭 확대했다. 기존 3700여 명에서 1700여 명의 전상·공상 군경도 혜택 대상자로 포함했다. 서구는 앞으로도 국가유공자 복지와 호국·보훈정신 함양을 위한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영화 ‘봉오동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이 쓰는 칼에 이 글귀가 새겨져 있다.

‘或重于泰山(혹중우태산)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或輕于鴻毛(혹경우홍모)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

나라를 위한 죽음은 태산 같은 의미가 있으나 스스로 목숨을 아끼면 비겁해지기 마련이므로 때로는 대의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때의 독립군이 이 글귀를 조국을 지키는 칼에 새겼던 것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중한 이 땅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이 문구를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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