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지방 소멸과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심각하다. 신입생 미충원과 진학자들의 중도 포기로 일부의 경우는 대학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50% 이상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겠다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계획을 발표했다. 이양되는 예산 규모는 2조원+α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간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지역과 무관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역 기반의 필요성에 따라 새로이 생긴 사업도 지자체가 주체로 참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행·재정 권한을 과감히 이양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자율과 권한’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중앙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큰 틀에서 맥락을 함께한다. 이에 대해 지역 대학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국가가 지방에 넘겨 대학 소멸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꼭 그렇게 볼일만은 아니다. 재정지원 권한을 지방에 넘긴다고 대학의 생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제를 국가가 등한시할 수는 없다.

다만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축이 지역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자체가 대학과 협력해서 지역 산업생태계와의 조화 속에서 동반 성장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라는 것이 그 취지다.

사실 다수의 대학이 목을 매는 교육부 사업은 따로 있다. ‘대학혁신 지원사업’ 또는 ‘일반 재정지원 사업’이라고 하는데 ‘특수 목적’ 재정지원 사업과 구분된다.

일반재정지원 사업은 대학의 자율적 혁신 노력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 기준 국립대까지 포함하면 1조 8000억원 정도다.

사업비 집행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기 때문에 효용도가 높다.

3년마다 시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사업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은 재정지원 사업과 국가장학금 등에 제한이 있어 교내에서는 총장 사퇴 요구 등이 빗발친다.

그만큼 대학으로서는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일반 재정지원 사업 중 금년도부터 새로운 유형으로 포함된 ‘지방대 활성화’ 사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의 거버넌스 구축’ 그리고 ‘대학의 특성화 전략’이 핵심 키워드다. RISE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과 특수 목적 재정지원 4개 사업 즉,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산학협력 선도 대학 육성사업(LINC 3.0), 대학의 평생교육체계 지원사업(LiFE),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사업(HiVE) 등 5개 사업이 2025년부터 RISE 계정으로 통합되어 운영된다. 올해 기준으로는 1조 1500억원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구조 및 규모 조정 등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 등을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사업 추진 성과에 따라 2조원을 훨씬 넘는 사업 규모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는 15조원 규모의 대학재정지원 사업도 상당 부분 RISE 계정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도내 대학 총장들과의 협의체인 대학정책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충남 고등교육정책 기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김태흠 지사도 RISE 사업과 관련해서 ‘자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충남 지역 대학의 여건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적극적이다.

지역혁신체계의 구축과 충남 고등교육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도청 내 새로운 조직의 신설은 물론, 한국연구재단처럼 사업의 공모, 평가, 그리고 집행 관리 등 사업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광역단체가 추진하는 대학 정책이라는 새로운 장이 열린다.

대학은 지역 속에서 특성화 전략을 찾고 지자체는 지역 대학과의 상생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차질 없는 준비로 대학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지역혁신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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